(어르신 수필)
자연의 삼단계 벚꽃을 보는 행운
서울에서도 유명한 달동네 3,922세대 아파트 재개발시 1단지와 2단지 사이에 개설된 도시 계획도로에 가로수로 식수된 100여그루 벚나무가 노고목이라고 사업비 부담한 서울시청에서 불합격 퇴출 조치되어서 베어졌던 고목 벚나무.
내 초등학교 교정에 100년이 넘은 고목 벚나무가 화사한 벚꽃을 피우는 생각이 연상되어 재개발 시행사 대한주택공사와 관악구청 조경담당 K팀장에게 베어진 고목을 아파트 둘레길에 식수 요청했다. 조경 설계에도 없던 고목 벚나무가 은혜에 보답하려는지 해마다 초봄 꽃 전령사로 산책로를 눈부시게 하얗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지에 벚꽃을 피워 며칠 동안 사람들의 눈 호강을 시켰다.
이 벚꽃이 심술궂은 비바람에 못 견뎌서 한겨울 함박눈이 휘날리듯 벚꽃이 낙화가 되어 아파트 둘레길 위에 벚꽃 잎이 하얗게 덮일 즈음 아파트 앞 관악산 자락 자연생 군락 벚나무 10그루가 산등성이를 벚꽃으로 하얗게 물들인다. 시간 날 때마다 아침저녁으로 벚꽃에 시선이 가게 된다.
휘황찬란하다고 생각하면서 몇 날을 창가에 서서 이 벚꽃을 보노라면 또 봄바람이 시샘하여서 인지 벚나무 가지를 흔들어 수백 수천 개의 꽃잎이 낙화가 되어 휘날린다. 또 벚꽃 낙화의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질 무렵 관악산 자락 정자 옆 100여년생 노고목 벚나무가 나 여기 있다고 잔가지를 흔들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하얗고 순결한 겹벚꽃을 피워 시선을 고정시킨다.
너무 반갑고 고마워서 두 팔을 벌려 안아보니 양손 끝이 닿지 않는다. 재어보니 둘레가 1m 80cm이다. 찾아보기 드문 고목 벚나무가 분명하다.
몇 년 전 태풍으로 가지 몇 개가 찢겨져 나갔다. 기울어진 노고목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관악구청에 쇠파이프 보호 지주대 설치를 요청했더니 긴 쇠파이프 2개를 받침대로 설치하였다.
고목 벚나무여! 이제는 강한 태풍 비바람에도 쇠파이프를 지팡이 삼아서 버티어 넘어지지 말고 찢겨지지도 말고 해마다 봄마다 화사한 벚꽃을 계속 피워다오!(2021. 04. 13)
전태권/ 휴먼시아아파트 경로당 회장
재창간 3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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