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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금지법
(최기만의 시사칼럼)
기사입력  2020/12/09 [18:07] 최종편집   

 

▲ 최기만 본지 객원 논설위원


(최기만의 시사칼럼)

대북전단 금지법

 

예전에 휴전선이 가까운 경기 북부나 강원지역에서 학교를 다닌 지금의 60~70대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 담임 교사로부터 수상한 삐라(전단)를 보면 학교로 가지고 오라는 말을 자주 들으면서 살았다. 나 역시 동네 산길을 지나다 북한의 우월성을 찬양하는 대남 삐라를 발견하면 학교에 제출하고 연필이나 공책 등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적의 심리적 동요를 노리는 삐라의 효과에 대해서는 전시와 평시가 다르고, 사회 경제력이나 민주화의 차이에 따라 다른 법이지만 주로 우익성향의 탈북민 단체에 의해 살포되고 있는 대북 삐라전이 어떤 효과를 보는지에 대해서 나는 꽤나 회의적이다.

 

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업자들이 광고전단을 근사하게 만들고 거기에다 두툼한 물휴지에 사탕도 한 봉지 붙여 주면서 아무리 과장광고를 해도 그 아파트가 로또 급인지 흑싸리 급인지는 동물적 감각을 지닌 투기꾼들이 먼저 알 듯, 남한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음을 믿고 북에서 내려온 탈북민들도 대북삐라에 적힌 내용만 읽고 고뇌의 남한행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대북전단금지법 반대의 핑계

 

며칠 전 국회 법사위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인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 개정안을 의결했는데, 의결까지 오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개정안은 대북전단 살포 등으로 남북합의서를 위반할 경우 징역이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야당이 불참해 전체회의를 통과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지난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의결 당시 국민의힘이 반대해 여당 단독으로 처리된 사안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기자회견 열어 대북전단 금지법은 김여정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이를 저지할 법을 요구해 만들어진 법"이라면서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정부와 국회까지 움직이는 초유의 굴종적인 사태가 벌어졌다고 비난했으니, 날마다 가짜뉴스나 생산하는 허접한 우익인사들이 자기들 유튜브에서나 떠들 수 있는 말을 가져와 (책임 있다는)국회의 제1야당에서 재활용하는 모습을 하도 많이 겪다보니 이제는 그런 것들이 뭐 하나 놀랍지도 않다.

 

정부와 여당에서 대북전단 금지를 골자로 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하는 일에 대해 특히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함께 그들과 정치적 이익을 공유하는 우익인사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음은 북한과 각을 세울수록 유리한 정치적 생존구조에 있음에 비추어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그들의 표면적 주장은 대북전단 금지법이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라 결사반대한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곤혹스러운 일은 개인의 표현 자유가 좀 과도할 수준으로 보장된 오늘의 민주화가 있기까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던 쪽에서 호시절을 누려왔던 이들이, 감옥에 들어가 무수한 고문과 핍박을 견디며 이루어 온 민주화의 결과물을 이제는 그것을 탄압하던 자신들이 지키겠다고 나서는 모순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즐겨 내세우는 민주화와 표현의 자유는 표면적 핑계에 지나지 않고, 북한은 오직 타도해야 할 주적이며 핵보유국인 그들과의 평화협상은 그들의 전술에 말려드는 꼴이라고까지 주장한다. 그렇게 말하는 자들은 그 엄청난 예산과 두뇌로 북한이 말려들도록 유인하는 남한의 선제전술은 왜 연구할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던 것일까?

 

남북 서로가 소모적인 전단살포 중지를 합의한 것은 2018년 판문점선언을 통해서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일부 탈북민 단체에서는 헬륨가스를 주입한 비닐풍선에 전단뭉치를 매달아 남풍이 올라갈 때를 이용해 날려 보내는 방식으로 상당량의 전단을 북한 지역에 장기간 뿌려댔다. 그런데 그 전단의 내용이 단순한 남한체제의 우월성이 아닌 김일성 3대 세습과 독재권력을 매우 자극적이고도 원색적으로 조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체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최고존엄에 대한 극도의 모독성을 담고 있기에 이러한 전단전이 대북정책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서는 늘 상존해 왔다.

 

게다가 최고존엄 모독을 인내하다 못한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와 이에 대한 정부의 느슨한 대응을 문제 삼아 남북공동연락소 철거와 통신선 차단에 이어 충격적인 개성연락사무소 폭파로 인해 남북의 긴장감이 크게 고조된 상태다.

 

북한과의 통신과 연락이 두절될 경우 평화목적의 대화나 교류가 어려워지게 되고, 따라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어렵사리 재개되어 정상회담이 열리고 상상할 수 없었던 대통령의 능라도 경기장 연설 등 큰 진전을 보이던 남북평화를 위한 화해의 노력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는 현실이다.

 

국가이익을 위해 인내하라

 

국익 앞에서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한국은 국익을 위해 과거의 실질적 적들인 소련, 중공과도 국교를 회복한지 오래다. 지난 36년간 조선을 식민지배하면서 한국인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가했던 일본과도 서둘러 국교를 회복하고 그들의 상품을 앞 다투어 구매하며 일본여행을 즐기고 있다. 멀리 떨어진 다른 마을과도 이럴진데 한 마을에서 반목하며 지내는 윗동네 아랫동네가 70년 동안 상스러운 공격으로 소모적인 날을 세워서 피차 얻어지는 것이 있었을 리 만무하다. 지난 보수정권들이 미국의 이익과 권력유지를 위해 지속했던 대북강경노선의 결과는 북한의 핵개발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UN제재로 인해 크게 나아질 수 없는 경제난이나 구식 군사력 유지 등 비록 북한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수록 우리가 그들에게 남아있는 자존심을 자극하거나 일방적 대화차단 등의 정치적 의도에 실망해 포기하는 일 없이 꾸준한 진심의 손을 내밀어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불신만 남았던 그들의 마음도 실용외교로 돌아서 남북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날이 아주 먼 날은 아니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와 협력이라는 화해의 장에 화염병 역할을 하는 대북전단 살포행위는 반드시 법으로 금지하고 처벌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강경책만을 떠받드는 돈 많은 우익들이 배후에서 대는 돈으로 대북전단 살포에 드는 비용과 거절하기 어려운 두둑한 일당을 받으며 날려대는 대북전단 살포행위는 실상 표현의 자유나 북한사람들의 알권리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정치 이념적인 것으로, 법을 통해 사전에 강력 재제하지 않는 한 해결 방법은 없다.

 

북한체제에 비해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남한의 느슨한 통제력에 북한당국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북한도 자신들과는 다른 민주화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비록 굴곡은 심하지만 그들과의 지난한 평화협상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결과적으로 인고의 시간에 비해 남북 모두에게 훨씬 더 큰 미래이익을 가져다 줄 것임을 우리는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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