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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라는 마녀사냥
기사입력  2020/10/29 [14:18] 최종편집   

 

▲ 최기만 객원 논설위원

 

(최기만의 시사칼럼)

빨갱이라는 마녀사냥

 

지난 1026일 동작동 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41주기 추도식장에 김종인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이 나타나자 거기에 모여 있던 보수인사들이 빨갱이 물러가라며 또 한바탕 소란을 피웠나보다. 태극기부대의 연단에 그들이 국녀(國女)급으로 추앙하는 박근혜 탄핵에 조금이라도 관련됐던 보수정치인이 연단이라도 밟을라치면 여지없이 빨갱이 물러가라는 거센 항의가 빗발친다.

 

박근혜 정부의 방문진 이사장이었던 고영주와 같은 부류는 보수단체 강연에서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주장해 유죄판결도 받았지만, 자극적인 이슈를 확대해 확증 이념편향에 찌든 폐인 접속자들의 구독+추천으로 제법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는 보수 유튜버들의 동영상에서 친정부 인사들을 향해 날마다 재생산 되고 있는 빨갱이 타령은 한심하다 못해 측은한 마음으로 변한지도 오래다.

 

예전에 극우세력들의 문화방송 점거사태 당시에는 MBC의 영문로고에 빨간 점이 하나 있다는 이유로 문화방송은 빨갱이라고 떼거지로 항의하던 일도 참 공포스럽던 기억이다. 그들의 논리라면 태극기나 성조기에서도 붉은색은 삭제해야 하며 붉은 옷이나 붉은색 자동차를 이용하면 모두가 빨갱이라는 저급한 논리다.

 

그랬던 이들이 박근혜가 새누리당을 창당하며 선택한 붉은 당색에서는 차마 빨갱이라고 부르지 못했는지 않았는지 저마다 입을 닫고 말았다. 내 편의 붉은 상징은 발상의 전환이고 저쪽의 적색은 빨갱이들이 정체성을 밝히는 일이니 그렇다고 말하겠다.

 

상태가 정상적인 이들이라면 논리적인 접근으로 최소한 비슷한 정답이나마 구할 만도 하련만 날마다 빨갱이 타령만 일삼는 이들의 우격다짐 앞에서는 사슴을 말이라며 마구잡이로 우겨대는 위록지마(指鹿爲馬)의 만리장성 앞에 선 암담한 심경에 봉착한다. 그들 말대로 지금의 대통령과 내각이 나라를 북한에 헌납할 빨갱이들이라면 적국을 이롭게 하려는 법적 증거들을 철저히 수집해 고발하면 된다.

 

그게 사실이라면 나부터 참여하겠다. 1야당의 비대위원장에게도 빨간 스프레이만 열심히 뿌려댈 것이 아니라 움직일 수 없는 확실한 이적증거자료를 수집해 법원에 제출하면 되니 나도 논밭 팔아 협조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런 물증 없이 편향적 분노만 지닌 그들이 증오하는 상대편에게 빨갱이라는 무지의 화살 날려대기를 서슴지 않는 것은 실제 이적행위자만이 아니라 정치적 이념이 나와 다른 이들은 모두 빨갱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빨갱이와 애국자를 나누는 기준은 우습게도 박근혜 탄핵의 찬성과 반대를 나누는 딱 중간지점에 서있다.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 탁자에 눕혀놓고 남으면 자르고 모자라면 죽이는 그 옛날 먼 나라 스핑크스의 부활이다.

 

빨갱이의 기원

 

표준어와 거리가 먼 빨갱이라는 이 기형적 대명사는 빨간 사람을 칭하는 족보 없는 변형어다. 산속에 숨어 게릴라 유격대를 말하는 빨치산역시 소비에트 비정규 유격대를 뜻하는 영문 파르티잔(Partisan)’의 음차어다.

 

대부분의 사회주의 지도자들은 혁명에 대한 사상무장을 드높인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자극감을 주는 붉은 색을 선호했다. 그래서 노동자 세상을 뜻하는 낫과 망치가 한 귀퉁이에 그려진 옛 소련의 국기나 중국의 오성홍기도 대부분이 붉은색이며 북한이 붉은 별을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분단 이후로 빨갱이라는 대명사는 사회주의자들, 특히 북한 김일성체제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뿌리를 내렸는데, 이 용어는 한때 전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마녀사냥의 또 다른 주홍글씨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제시대 일본군에 자원해 만주보병 제8단에서 복무하다 일본 패망으로 귀국해 육군으로 복무하던 중 남로당 연락책으로 일하다 군부 내 공산주의자 색출작업 과정에서 일어난 여순반란사건에 연루되어 사상범으로 구속, 군법회의에서 10년형을 받았으나 관련자 명단을 모두 넘겨준 대가로 감형을 거듭해 다시 군인이 되어 소장까지 진급한 인물이다.

 

군 반대파로부터 빨갱이로 불리다가 군부의 만주파를 등에 업은 5.16 쿠데타를 거쳐 대통령이 된 후 자신의 남로당 역사를 희석하고자 1963년 김일성의 밀사로 내려온 친형이나 다름없는 형 박상희의 절친 황태성까지 처형하는 등 이른바 빨갱이 척결을 통해 국내외를 향한 사상세탁에 부단히도 매달렸다.

 

이로 인해 쿠데타로 잡은 허약한 지지기반을 다지고자 하는 정치공작으로 대량의 관제간첩사건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국내외적으로 체제 반대세력과 양선한 민간인들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지금의 우파들이 신격화시키고 있는 박정희 유신시대에는 동네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박정희는 독재자라로 말했다가 빨갱이로 끌려가 두들겨 맞고 감옥에서 3년을 꼬박 살다 나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루었다. 더구나 박정희는 빨갱이니 목을 치자는 말은 곧 의문의 죽음을 의미하는 공포의 시대였다는 사실에 대해 지금의 대통령을 빨갱이라며 단두대에 세우자고 외치는 유신 추종자들은 뭐라고 변명할까 모르겠다.

 

부친이 1948년에 월남했고, 군부대에서 문관(민간행정관)생활 중 휴전 이후 남한 여인과 결혼해 시골에서 평범한 가정을 일구며 살았던 가족이 어느 한 순간도 경찰서에 드나들거나 사상적 의심조차 받아본 적이 없는 내가 빨갱이라는 기형적 용어를 증오하는 이유에 대단한 철학 같은 건 없다.

 

다만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오징어 떼를 쫓다 선장도 모르게 NLL을 넘어 북한 경비정에 나포되어 며칠 조사를 받고 가족 품에 돌아온 뱃사람들이 갑자기 정보부에 끌려가 간첩이 되어버리고, 장기집권을 반대했던 사람들과 가족도 빨갱이라는 동네사람들의 손가락질에 못 견뎌 자살을 택하고 뿔뿔이 흩어져 수많은 가정이 붕괴되는 비극을 다른 이들처럼 속 편하게 외면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또 그것이 남파 및 고정간첩들을 일망타진했다고 하면 할수록 그것을 든든하게 생각하는 국민으로부터 지지표 증가를 기뻐하는 악당들이 배후에서 축배의 술판을 벌이고 있음을 알고 난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관제 빨갱이들에 대한 참회

 

유럽 흑역사 시대에는 자신의 말에 따르지 않는 여자를 동네사람들 앞에서 마녀라고 고발하는 즉시 마녀가 되었다. 자신의 경쟁자를 향해 마녀와 내통하는 것을 보았다고 하면 그 역시 처단의 대상이 되었고 종교재판은 화형을 정당화하는 요식행위였다. 마녀를 양산한 것은 선량한 시민을 마녀로 고발한 사람이기보다 이런 주장에 아무런 의심 없이 동조하며 대소변 못 가리는 우매한 민중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흑역사를 스스로 거둬내고 다시는 사람을 대상으로 마녀(Witch)라는 단어를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게 되었으니 시대를 넘어 마녀사냥에 의해 희생된 무고한 생명들에 대한 참회의식문화에 기인한다. 또 미국인은 백인들만 모인 자리에서도 깜둥이(Nigro)’라는 말을 절대 꺼내지 않는다. 깜둥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을 듣는 같은 백인들에게서도 하류 취급을 받게 되니 말이다.

 

그처럼 나 역시 특정지역 비하나 빨갱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지적 하류층들과는 가까이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배우고 감동할만한 그 무엇이 있을 리 없다. 하여 나는 오늘 빨갱이라는 잔혹한 이념적 주홍글씨로 고통을 받아온 무고한 이들에게 마녀사냥을 반대하지 못하고 오히려 화형에 찬동했던 우매한 이들을 대신해 사죄한다. 분단은 길고, 남북 서로 분단을 절묘하게 이용해 먹는 악인들도 많은 이 서글픈 세상에서 나 역시 부당한 공권력에 신음하는 약자들의 고통을 외면했던 단체공범자의 일원일 수도 있었기에...

 

최기만 본지 객원논설위원

재창간 3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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