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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아편인가
(최기만의 시사칼럼)
기사입력  2020/09/14 [16:59] 최종편집   
▲최기만 본지 객원 논설위원

 (최기만의 시사칼럼)

종교는 아편인가

 

서양 종교인 천주교가 한국에 처음 들어온 것은 조선의 외교사절인 동지사에 부친이 포함되어 사신 일행으로 중국에 파견된 이승훈이 천주학을 접한 후 세례신자가 되어 정조 8(1784) 귀국할 때 가지고 온 천주실의가 최초였다. 이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을 거치며 세력가들을 중심으로 서양 배척문화가 확산될 때 이벽이나 권철신, 정약전 등의 관료들이 중국에서 유입된 천주교 자료들을 몰래 연구하며 서학 및 실학에 지대한 관심을 갖던 결과였다.

 

이후 프랑스 구베아 주교와 중국인 주문모 신부의 밀입국, 마카오 유학생인 김대건 신부의 포교에 명망 있는 실학자들까지 가세하면서 권력에 위기를 느낀 조정의 탄압으로 황사영의 백서 발각사건을 포함해 모두 4차례에 이르는 피의 순교시대를 맞으며 2만으로 추정되는 직,간접 순교자가 발생했다. 기해박해를 끝으로 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고종과 조선교구 뮈텔주교가 만나 천주교 박해 종식에 합의하면서 천주교는 종교자유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으나 자유를 얻기까지의 과정은 참혹했다.

 

개신교는 자생적으로 싹을 틔운 천주교보다 100년 이후다. 미국 장로교 및 감리교 선교사인 아펜젤러와 언더우드가 제물포항에 입국한 1885년이 한국 개신교의 시작이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는 갑신정변 후의 조선의 정세를 살피며 민중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했는데, 이들은 교육과 의료활동에도 힘써 한국 근대화 시스템을 갖추는데 일조했다.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인 제중원과 배재학당을 비롯해 전국에 학교와 병원들이 늘어나면서 교회가 민중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존 로스가 번역한 한글 성경은 한글 대중화를 앞당겼고, 교회를 통해 인재들이 배출되어 개화에 기여했다. 일제강점기에는 교회를 중심으로 상당수의 독립운동가들이 배출됐으며, 한국전쟁 후에는 교회가 민중들을 위로하며 희망을 불어넣었다. 독일 루터교 목사인 칼 귀츨라프의 조선 방문은 더 이전이었지만 한국 개신교계는 두 선교사의 재물포항 상륙을 원년으로 보고 있다.

 

그들이 종교를 금지한 이유

 

조선 총독부는 식민시대의 민족현실에 눈을 뜨게 만드는 대종교와 천도교 등의 민족종교 및 그리스도교를 천황과 신사의 아래에 두어 참배를 강요하는 등 강압으로 통제했지만, 더 큰 문제는 해방 이후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를 지나면서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의 미국 선교사들이 빠르게 유입된 사실이다. 이들은 무자비한 인디언 살육과 흑인노예 매매로 이룬 신대륙 개척의 성공이라는 청교도적 복음정신으로 유아기의 한국종교를 개조하려 들었고, 이 시기에 미국식 종교교육을 받은 신학생들은 목사가 되어 그 중 상당수는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미국식 복음 색채를 그대로 답습하게 되었으니 이른바 기독교 패권주의의 발생이다.

 

이러한 친미패권주의에 물든 그들은 권력과 결탁해 서북청년단 등의 반공 정치세력과 정치적 이익을 공유하거나 양선한 신자들을 반공사상이나 편파적 복음으로 회유해 부를 축적하고 세력을 키워가면서 시골 구석구석마다 개척교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교회는 복음의 정신과 달리 명확한 십일조와 다양한 헌금과 액수를 신자의 자격과 신앙의 온도계로 보았고 예수가 성전에서 칭찬했던 가난한 과부의 동전 두 개는 헌금 제일주의와 같은 부패한 분위기가 압도적인 교회에서 아무런 빛을 발하지 못했다.

 

칼 마르크스나 엥겔스 철학의 영향을 받은 레닌이나 마오쩌뚱 같은 사회주의 지도자들은 종교는 아편이라고 규정해 일체의 종교행위를 금지했다. 일주일 간 온갖 죄를 짓다가도 교회에 다녀오면 자신의 악행을 망각하고 천국시민으로 착각하는 일이 끝없이 반복되는 모순을 극도로 증오한 것이다. 이는 단결과 일치라는 국가혁명의 이름 아래 단결해야 할 인민대중들 서로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국가의 통제에 저항할 경우 극단적 사회분열이 초래되며, 결국 사회주의 혁명이 늦어지거나 실패할 최고의 위험요소로 (저들이 스스로 신을 만들고 숭배하는) 종교라는 허상에 있다고 생각했다. 종교는 신앙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극단적 신념이기에 이러한 허상은 사회주의 건설을 방해하는 최악의 암적 존재로 여겼다.

 

한국 개신교. 죽어야 산다

 

하지만 새로운 악성 전염병의 창궐로 국민 모두가 이 고통을 마주하게 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침에 따라 대면 예배를 중지하는 착한 교회들과는 달리, 광화문 반정부집회로 2차 대유행을 불러온 전광훈과 친미 강성 개신교 단체들, 거기에 모였다가 죄 없는 국민에게 큰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도 한심하거니와, 사태가 이 지경에도 불구하고 대면예배 강행을 공개 천명하는 일부 개신교 단체들을 보면서 사회주의 석학들이 왜 종교는 아편이라며 반대했는지 한 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음을 숨기고 싶지는 않다.

 

한국의 대형교회 지도자들 상당수가 코로나19 전염위험이 극도로 높은 대면 예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헌금 감소와 교세 약화에 대한 두려움에 있다. 개신교 패권주의에 익숙한 강성 목사들의 설교와는 달리 교회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기도만 해도 어떤 징벌도 경험하지 못한 신자들의 교회 의존도와 헌금수입 하락에 따라 그동안 누려온 기독교 패권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개신교 예배가 목숨과 같은 것이라면 이러한 위기에 직면해 대면 예배를 쉬는 착한 교회나 미사를 중단하는 천주교는 개 목숨 정도의 예배나 미사수준이기 때문일까?

 

예수는 원칙적으로 사회주의자였다. 그는 3년간의 공생활기간동안 가는 곳마다 부의 불균형을 비판하며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사회주의를 역설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약자들과 나누며 가난한 당신들이 천국의 주인이라고 단언했을 뿐더러, 제자들이 세운 초대교회 역시 모든 재산을 공동체에 기증하고 공평하게 분배해 궁핍의 고통을 복음으로 극복하자는 사도행전의 모습은 사실상 사회주의의 이상적 모델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사회주의자였던 예수는 왜 정작 사회주의국가에서가 아닌 그가 그토록 비판했던 자본주의국가와 부자신자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모순은 지금까지 살면서 조금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나의 의문이다. 그러니 일부 강성 목사들은 더 이상 이따위 설교로 신자들을 겁박하지 말라. 코로나와 예수 중 누가 두렵냐고. 예수는 코로나로 우리의 믿음을 시험한다고.

 

죽으려 하면 살 것이라는 必死卽生 必生卽死. 개신교가 그토록 떠받드는 성경구절이다. 살려고 하면 끝없는 추락뿐. 한때는 민중에게 빛을 비추는 역할에서 이제는 국민증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한국개신교는 죽어야 산다. 사랑 아닌 황금과 증오만을 품은 그들은 오늘도 그들만의 양떼 맨 뒤에서 예수가 경고했던 파멸의 낭떠러지를 향해 열심히 양떼들을 밀어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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