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약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독재정권의 총칼이 시퍼렇게 살아있을 때, 권력의 남용과 부패를 비판하며 정의를 외치고 저항했던 NGO(Non government organization)라는 조직이 있었다. 다수가 침묵할 때, 그들의 목소리는 양심을 깨우쳤고, 많은 시민들이 그들의 목소리에 환호하고 호응했었다. NGO는 기본적으로 자발적인 시민들의 조직이며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속되기 힘든 약점이 있다.
그러나 어느덧, 사회 곳곳이 민주화되고 성숙해지면서 많은 시민단체들의 역할과 기능이 과거보다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많은 NGO의 실무자들이 ‘비정부가 아닌 정부’에 협력자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정의롭고 유능한 인재가 발탁되는 것은 일견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정부의 사업에 직간접으로 관여하면서, 과거 그들과 일했던 시민단체들에게 이런저런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시민단체’ 고유의 중립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국가에서 돈만큼 강력한 통제수단이 없을 것이다. 일정한 이익과 이윤을 제공하는 대상을 향해, 비판하고 정의를 요구하기 힘든 법이다. 성경에도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라는 말씀이 나온다.
소금의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냉장고가 없던 과거에는 ‘방부제’로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시민단체는 독재시대이든 민주시대이든 나름대로 꼭 해야 할 ‘소금의 역할’, 즉 부패를 막는 역할이 있다. 관악구의 각종 위원회와 기구에 많은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독재시대에만 적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시대에도 가능하다. 시민단체는 ‘비정구기구’라는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아주 작더라도 돈과 권력의 맛을 보고 머물게 되는 순간, 소금의 방부 기능을 잃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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