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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나비효과
기사입력  2020/06/02 [21:57] 최종편집   

 

▲최기만 객원 논설위원

 

(시사칼럼)

긴급재난지원금 나비효과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불평한 적은 더더욱 없다. 공짜 치즈는 쥐덫 안에만 있다고 믿는 나는, 일할 수 있을 때 납세의무를 다하고 그것이 불가능할 땐 정부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유류보조금으로 지급하는 현금 지원도 직장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지 못했고, 실직자들이 받는 실업수당 혜택도 자영업자라는 이유로 나를 비껴갔다. 65세가 안 됐다는 이유로 노령연금이나 저소득가구 지원수당도 그렇지만 이번에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긴급재난지원금도 자격요건 미달로 신청도 못 했다. 몇 년 후부터 받게 될 국민연금은 내가 장기간 적립한 돈이니 정부 지원금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새해부터 찾아온 코로나19의 팬데믹 충격이 지속되면서 국민적 긴장감과 경제적 위기감이 극에 달하고 대량의 실직자와 자영업의 연쇄붕괴가 현실화되자 사상 처음으로 가구당 40~100만원의 정부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됨에 따라 생애 최초로 60만원의 지원금이 내 신용카드로 입금된 것이니 이것이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정부 지원금 혜택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어려움에 처한 국민이 불쌍해 뿌려주는 위로용돈이 아니다. 시장자본주의의 중심은 생산과 소비라는 두 개의 동력으로 굴러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IMF 국가부도사태를 지나면서 뼈저리게 배웠다. 일본이나 독일 등 패전국 국민들이 가졌던 극도의 절약정신은 지금의 경제난국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 각자가 받은 기급재난지원금이다. 이는 전 국민 2000만 가구에 지급되는 총 13조원이 넘는 재정이 지출되는 것이다.

 

세금폭탄 부메랑이라니?

 

지난 4.15 총선 이전부터 진영논리에 따른 크고 작은 논쟁이 있었지만,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소상공인들의 생계가 절벽에 다다른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은 세금만 축내는 포퓰리즘성 선심정책이 결코 아니다. 경제문제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확증편향에 매몰돼 상대진영 공격만이 목적인 이들은 이 엄청난 금액이 손실되고 그를 메우기 위해 세금폭탄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주장을 남발하지만 실상은 뭘 모르고 하는 말들이 대부분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해당 국민 개개인에게 직접 지급했을 때 이는 즉시 소비 효과로 연결되고, 소비가 촉진되면 소상공인을 비롯한 기업들까지 활성화되게 마련이다. 그동안 고객의 발길이 끊어진 식당이나 재래시장, 편의점이나 지역상권 등으로 국민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몰리게 되는 것이니 추락하던 경제지표가 바닥을 치고 다시 반등을 하게 되는 터닝 포인트가 되는 셈이다.

 

물론 긴급재난지원금으로 10만 원을 받든 100만 원을 받든 그것이 우리 삶을 크게 윤택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저축해둘 성질의 목돈이 아닌 소비해야 할 푼돈이기 때문이다. 우물물은 자꾸 퍼내야 고인다는 말처럼 무엇이든 자꾸 써야 새것이 생기는 일이기에 긴급재난지원금은 건전한 소비를 유도해 코로나 후유증 치유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만일 정부에서 지원금으로 100조를 풀었다면, 그 돈이 증발되고 마는 것이 아닌 국민의 일자리 증가와 소비를 통한 간접세나 부가세 혹은 소득세와 같은 직접세 등 국가 세수입으로 일정부분 다시 보충이 가능한 구조다.

 

어찌 본다면 세금을 기업에 지원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다. 그로 인해 기술 등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부가가치는 추후 외국으로 상품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과 스타트업을 키워냄으로써 생겨난 새로운 일자리들, 소속 근로자들의 소비로 인해 이익을 보는 생산자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로 인한 문제는 어려움에 처한 국민 전부가 아닌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자본주의 사회 속성상 우리가 경제체제를 손보지 않는 이상 시장은 계속해서 더 나은 기업과 근로자들에게만 보상하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빈부 격차는 점점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선 기업을 먼저 지원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지만 지금처럼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업을 키워 일부에게만 이득을 주는 것보다 소득분배를 통해 전체 소비력을 끌어올리는 게 더 나은 경제회복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긴급재난지원금이 확대시킬 나비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나비의 미약한 날갯짓의 힘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되어 폭풍우라는 엄청난 결과를 유발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말하자면, 북경에서 살랑거리는 나비의 날갯짓이 시간이 지나면 뉴욕을 강타하는 태풍으로 변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미국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가 1979년 미국의 한 발표장에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 주에 발생한 토네이도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나비효과란 말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나비효과를 실감하는 시대

 

정부에서 국민에게 돈을 주는 것은 제한적이나마 국민 각자가 원하는 물건을 무료로 사 주는 것이니 고맙기도 하고 한편 신기하기도 하지만, 정부재난지원금으로 오랜만에 소고기도 사먹고 삼겹살 회식도 하며 아내의 오래된 안경을 새로 맞춰주었다거나 평소에는 사주기 어려웠던 손주들 선물로 오랜만에 조부모 노릇 제대로 했다는 등의 훈훈한 이야기들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집권자들의 부패와 정책실패를 국민에게 떠넘겨 고통만 주던 정부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국민 개개인을 능동적으로 보호하는 전례 없는 민주시대 한복판을 지나고 있음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이는 다음 정부의 대통령이 어느 정당의 누가 되든 절대 역행할 수 없는 정부역할의 베이직 매뉴얼로 굳어졌다. 외국에서 코로나감염 위기에 처한 국민들을 전세기로 귀국시키고, 위기에 처한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는 정부는 바로 국민들이 만들었다.

 

 

재창간 3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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