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악마의 대변인
예일대학교의 ‘어빙 재니스’교수는 여러 차례 연구를 통하여 ‘개인의 지적 수준이 높아도 동질성이 높은 사람이 모였을 경우, 의사결정의 질이 현저하게 저하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래서 과거 카톨릭 교회에서는 모범적 신앙인의 사후 시복(諡福)과 복자 등 성인(聖人)으로 추대하기 위한 회의에서 ‘악마의 대변인’을 두었다고 한다. 악마의 대변인은 의도적으로 후보자의 결점이나 미심쩍은 점을 계속 지적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성인으로 추대받고 난 이후 불미스런 뒷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차단했다고 한다.
기업을 비롯한 많은 조직에서 의견 교환이 기탄없이 오갈수록 의사결정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의 조랑말도 고려시대 일본정벌을 위해 몽골 초원을 누비던 최우량종을 도입했지만, 섬에 갇혀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오랜 기간 동종교배를 하다 보니, 자그마한 조랑말로 퇴화한 것이다. 생명체의 경우, 동종교배(Inbreeding system)가 반복될수록 열등해지고 이종교배(Outbreeding system)에서만 강인한 우성이 나온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요즈음 우리 정치권을 보면, 절대로 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용납하지 않는 동종교배의 우(愚)를 범하고 있다. 마치 서울대학교 교수들의 약 90% 정도가 서울대 학부 출신인 것과 비슷하다. 이런 풍토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우수한 연구 업적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동질성이 높은 집단끼리 모이면, 반대와 비판적 의견이 설 자리가 없을 뿐 아니라 창의적 아이디어도 나올 수 없다. ‘동종교배는 퇴화한다’는 생명체의 법칙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 경직되고 배타적인 풍토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넓게 퍼져있다. 마스크 대신, 모두가 귀마개를 쓴 채 소리를 지르고 있다. 악마의 대변인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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