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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에 박힌 말에서 탈출하기
기사입력  2019/11/08 [18:04] 최종편집   

 

▲유종필 전 구정장


(명사칼럼)

판에 박힌 말에서 탈출하기

 

오래전 지방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사람이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데 첫마디에 장내가 뒤집어졌다. “날씨도 거시기 한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비서가 인사말을 써주면서 행사 당일 날씨가 어떨지 몰라서 거시기라고 쓴 것을 그대로 읽어버린 것이다.

 

써준 원고를 읽는 데만 익숙한 유명 사회단체의 회장이 예기치 못한 인사말을 갑자기 하게 되었는데, 준비된 원고가 없어서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비서가 재빨리 넣은 메모장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회장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말을 인용하여 인사말을 마무리 하십시오.” 회장님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바람에 장내가 술렁거렸다고 한다. “여러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속담이 있듯이 어쩌구 저쩌구.” 불행하게도 회장님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가 헤밍웨이의 소설인지 모르고 무슨 속담인 줄로 잘못 알았던 모양이다.

 

두 예화는 인사말을 써주는 대로 읽기만 하는 폐단을 말해주는 것이다. 행사장이든 사적인 자리이든 말할 기회가 생기면 판에 박힌 말에서 탈출하여 자기의 언어로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감동적인 연설을 잘하기로 유명한 미국 대통령 오바마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의 비법을 묻자 오바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남이 써준 원고를 읽는다든지 남들이 흔히 사용하는 진부한 말을 해서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감동도 줄 수 없다.

 

친목 모임에서, 직장에서, 집단 미팅 등 자기소개를 할 기회는 너무나 많은데, 이 좋은 기회를 남들이 흔히 하는 천편일률적인 말로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자기소개 내용을 미리 준비하여 상황에 맞게 응용하면 도움이 된다. 간단한 자기소개도 자기만의 특징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자기만의 개성, 가치관이나 삶의 자세에 대해 언급하면 좋은 인상으로 남는다. 이런 것부터 남과 다르게 준비해야 보통 사람들과 차별화될 수 있다.

 

기본적인 방법으로 출신지를 활용할 수 있다. “저는 배 타고 2시간이나 들어가는 외딴섬 출신입니다. 섬 출신이 큰일을 해낸 사람이 참 많습니다. 나폴레옹도 작은 섬 출신이고 우리나라 대통령도 세 분이나 섬 출신입니다. 저도 이 조직을 위해 큰일 한 번 해보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체구가 좋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이런 자기소개도 괜찮다. “회사를 위해 언제나 땀 흘리는 든든한 일꾼이 되겠습니다.” 이름을 이용한 삼행시는 언제라도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유종필입니다. 종횡무진 뛰겠습니다. 필이 팍! 꽂히죠?”

 

건배사도 평범하게 위하여!” 한다거나 시중에 흔해 빠진 것을 주워다 쓰지 말고 자신의 것을 만들어 쓰면 빛이 난다. 평소에 준비해 놓지 않으면 유사시 멋진 건배사가 나올 리 없다. 준비하고 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혼 청첩장도 시중에서 파는 제품의 멋진 표현보다도 자신들의 이야기가 들어간 소박한 문구가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다. ‘저희 두 사람은 같은 회사에서 2년간 사내연애를 하다 더 이상 비밀을 지킬 수 없어서 이제 결혼을 합니다.’ ‘저희는 초등학교 동창인데 소꿉놀이하다가 어느덧 한 살림 차리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만난 지는 7년 되었지만 중간에 한 번 헤어졌다 다시 만난 지 석 달 만에 결혼합니다. 별사람 없더라구요.’ ‘저희는 누나, 동생 하다가 결혼합니다.’

 

흔히 명절이나 연말연시에 받아보는 단체 문자도 진부한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짜증이 날 정도다. 문자 메시지도 기성품을 퍼서 보내지 말고 자기만의 체취를 담아서 보내는 습관을 들이기를 권한다.

 

나는 아무리 바빠도 이런 문구는 직접 마음을 담아 작성한다. 가끔씩 1만여 명의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지 꽤 오래되었는데, 나만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로부터 이메일 잘 받아보고 있다는 인사를 많이 받는데, 이럴 때면 나의 정성이 통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신문에 매일 나오는 판사, 검사 출신들의 변호사 개업 인사도 대부분 권위주의적이고 판에 박은 듯이 비슷한 내용이다. 자신의 특색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좋을 텐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세무사 개업 인사장도 받아보면 너무나 특색이 없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은 어떨까? ‘저는 그동안 세무 공무원으로 20여 년간 국가를 위해 세금을 잘 거두었습니다. 잘 거두었기에 누구보다도 절세의 방법을 잘 압니다.’

 

누구나 흔히 쓰는 언어를 베껴서 쓰면 무성의하고 창의성이 없게 보인다. 이런 앵무새 언어는 앵무새에게나 줘버리고 나만의 체취가 묻어나는 살아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살아있는 언어라야 감동을 줄 수 있다.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재창간 3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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