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북유럽 국외 정책연수 보고(5) : 관악구의회 이경환 의원
평등이란 꿈을 현실로 만든 나라, 덴마크와 스웨덴
북유럽의 복지선진국 덴마크와 스웨덴을 6월 말 7월 초에 7박 9일간의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스웨덴의 복지 국가모델을 설명하는 책은 여러 권이 있습니다. 저도 몇 권을 읽어봤는데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도 중부담-중복지의 선진 복지국가로 이행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더욱 눈길이 갑니다.
그런데 덴마크의 복지모델을 다룬 책은 스웨덴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책이 없으니 덴마크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덴마크가 제게 더 새롭고 놀라웠던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출발할 때만 해도덴마크가 북유럽 3국 중의 하나니깐, 대충 비슷할 거란 느낌만 갖고 갔습니다.
덴마크, 상호작용 촉진 도시계획
덴마크의 수도는 코펜하겐입니다. 덴마크를 돌아다니면 너무 잘 갖춰진 자전거 도로에 놀라게 됩니다. 근거리 이동에 있어서 자전거보다 더 편리한 교통수단은 만들지 않겠다는 당국자들의 의지가 느껴진달까요? 그만큼 자전거의 천국이고, 자전거 문화가 잘 발달해있습니다. 신호등도 자전거의 리듬에 맞춰서 더 빠르게 신호를 전환합니다. 이튿날 코펜하겐 시청 기술환경 관리부를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도시계획을 어떻게 했는지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코펜하겐의 도시계획은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촉진하기 위한 철학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생활양식을 관찰했고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천계획을 세우고, 자전거 도로를 설계했습니다. 주택 건물의 담장 높이까지도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정책을 세웠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실사구시적인 방법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사례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도시 전반이 친환경적으로 잘 만들어져있는데, 이는 시민들의 높은 환경의식 덕분이기도 합니다.
스웨덴, 노동조합의 높은 위상
두 번째로 방문한 국가인 스웨덴은 한결 마음이 편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책으로 접했던 나라였기도 했고 나름 공부를 열심히 했으니깐요.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노동조합이 주도적으로 설립한 당이라고 합니다.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노동조합총연맹인 LO였습니다. 노조 측에서 나오신 분은 LO에서 연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한국과 다르게, 스웨덴의 노동조합 업무 중 상당량이 퇴직금, 연금 관련 업무라고 합니다. 복지국가답게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노동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제도가 탄탄할 뿐만 아니라, 제도 자체를 노동조합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스웨덴은 노동조합의 위상이 높아서 최저임금법도 따로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의 임금은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가 체결하는 단체협약에 의해 잘 규율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갈수록 심화되는 저출생고령화 현상 및 복지제도의 비용부담 문제가 스웨덴이라고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관악구의회와 만난 노조 측 관계자도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솔직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사람의 권리가 잘 옹호되고, 일자리를 잃어도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 사회보장제도는 매우 부러웠습니다.
고부담-고복지, 강력한 재분배정책
두 나라 모두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가 저 정도 수준까지 따라잡을 수 있는 걸까? 이상적으로만 보이는 두 나라를 실제로 접하고 보니 현실감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조세 부담을 지는 나라입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시민들의 삶은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강력한 재분배 정책으로 소득 격차도 크지 않고, 문화 자체가 평등의식이 깊은 편입니다.
우리나라가 스웨덴, 덴마크와 같은 높은 단계의 고부담-고복지 국가로 가야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시민의 안전한 삶을 위해 국가의 능동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있는 한, 복지국가로의 이행은 한국사회에 던져진 큰 숙제란 생각이 듭니다.
이경환 의원/ 관악구의회 구의원
재창간 34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