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
1992년 2월17일 이탈리아 밀라노 검찰청의 강직한 젊은 검사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가 700만 리라(약 425만원) 수뢰 혐의를 적용하여, 사회당의 관리 마르코 키에사를 체포하게 된다. 이후 약 2년의 기간 동안 4,500여 명의 쟁쟁한 정·재계 인사가 기소되고, 이 가운데 1,200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던 희대의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 국회의원의 절반이 기소되는 충격적인 폭풍 속에 기독민주당, 사회당이 몰락하며, 이탈리아 1공화국이 막을 내리는 등 '마니 풀리테'는 이탈리아 정치 문화를 바꾸었다. 마니 풀리테는 이탈리아어로 '깨끗한 손'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17년이 지난 지금 이탈리아는 부패 없는 깨끗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부정과 부패, 권력의 남용은 감기처럼 박멸시키기 힘든 것 같다.
한때 ‘여자가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말이 유행된 적이 있다. 법 앞에 평등해야 하지만, 예쁜 여자이기 때문에 죄가 경감되거나 피해갈 수 있다면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불공정한 사회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서, 예외적인 특혜를 요구한다. 그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기준이 왔다 갔다’하는 사회를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 부디 검찰은 깨끗한 손으로 헌법에 규정된 법치국가의 가치를 바로 세워 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어떤 유혹과 불의 앞에서도 청렴하게 자신을 지켜서, 스스로의 손이 더렵혀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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