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북유럽 국외 정책연수 보고(2): 관악구의회 이기중 의원
덴마크 청소년연합회와 스웨덴 노동조합총연맹
6월 28일부터 7월 6일까지, 덴마크와 스웨덴으로 해외비교시찰을 다녀왔다. 덴마크의 도시재생 사례와 청소년의 정치참여, 스웨덴 노동정책 등 많은 것을 배우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지면의 한계로 가장 인상 깊었던 덴마크 청소년연합회와 스웨덴 노동조합 총연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전문은 이기중 구의원 네이버 블로그에 게재)
7월 2일, 덴마크 청소년연합회를 방문했다. 70여개의 청소년 단체를 회원으로 한 연합회이고, 그 단체의 대부분은 정당의 청소년 조직이다. 덴마크의 청소년(Youth)은 우리나라와 개념이 좀 다른데, 30세까지의 인구를 대상으로 하고, 그 인구의 1/4인 10만 명이 청소년연합회의 회원이라고 한다. 1940년 나치에 반대하기 위해 사민당과 보수당의 청소년 위원회가 공동 설립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청소년연합회의 가장 중요한 사업은 2년에 한번 치르는 학교모의선거이다. 투표권이 없는 14~17세를 대상으로 하고, 각 정당의 청소년 조직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6만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는데 특히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2015년과 2019년에는 실제 선거결과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2015년 보수당, 2019년 사민당 최다득표). 덴마크 정치인들도 모의선거에 큰 관심을 가진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그렇듯 덴마크는 정당가입에 대한 나이제한이 없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18세부터 주어진다. 참고로 술은 16세부터 마실 수 있다고 하는데, 각 정당의 청소년조직은 주로 무엇을 하냐고 물으니 정당홍보와 선거운동도 하지만 무엇보다 파티를 하고 술을 먹는 게 주된 일이라고 한다. 부모들이 아이가 정당에 가입하면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 걱정이 아니라 맨날 술을 먹을까봐 걱정이라는 게 재밌는 부분이었다.
우리나라 선거권은 19세부터, 피선거권은 25세부터 주어진다.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은 정당가입도 제한된다. 선거권 연령 인하는 ‘학교가 정치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반대에 막힌다. 청소년 시절부터 정치를 배우고,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30대 장관, 40대 총리는 10대부터 정치적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올해 덴마크 총리가 된 41세의 메테 프리데릭센도 사민당 청소년위원회와 덴마크 청소년연합회에서 활동했고, 23세에 국회의원, 33세에 장관이 되었으며 37세에 사민당 대표가 되었다. 선거 때만 청년을 찾고 한두 명의 청년에게 전략공천을 주는 것으로는 제대로 된 청년 정치인을 만들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의 정당가입은 입법사항이지만, 각 지자체에서 청소년의회가 활동하고 있다. 광주시의 경우 청소년들이 정당을 만들고 정책에 대한 투표를 통해 실질적인 의회를 구성하고, 의회에서 채택된 정책이 시정에 반영되기도 한다. 관악구에서도 청소년의회를 실질화하기 위한 조례제정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7월 3일, 드디어 가장 기대했던 스웨덴노동조합총연맹(LO)을 방문했다. 스웨덴에는 3개의 노총이 있는데, LO는 산업 노동자 150만 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최대조직이다. 스웨덴의 노동조합 조직율은 61%인데, 중앙교섭에 참여하는 사용자단체의 조직율은 85%이고,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는 전체의 90%에 달한다. 단체협약에 참여하는 사용자단체에 가입된 기업의 노동자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협약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LO은 사용자단체의 조직율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20년 전까지는 LO의 조합원이 되면 자동으로 스웨덴 사민당의 당원이 되었지만 20년 전에 자동가입이 폐지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LO는 사민당에 정치후원금을 내고 있고, 다수의 조합원이 사민당 당원이다. 현재의 스테판 뢰벤 총리를 비롯해 다수의 정치인들이 LO의 간부 출신이다. 노동조합 차원에서도 정계진출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노총이 주도적으로 민주노동당을 창당하였으나 법적 제약으로 조합원의 개별 당원 가입과 후원밖에 할 수 없었고, 현재는 노총과 진보정당이 소원해진 한국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덴마크-스웨덴 노동시장의 특징으로 흔히 ‘유연안정성’을 거론한다. 해고는 쉽지만 사회안전망이 튼튼해 실업기간에도 삶을 지탱할 수 있고 여유있게 재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체제를 의미한다. 실업급여를 얼마나 받는지 물으니 300일 동안 최대 1일 910크로나(11만4천원)을 받는다고 한다. 자발적 이직의 경우에도 40일~60일의 기간이 지난 후 실업급여가 똑같이 지급된다. 총액으로 치면 3400만 원 정도인데, 이 정도는 되어야 안정성에 기반한 유연성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LO는 고용보험과 퇴직급여를 운용하고, 우리나라의 LH같은 주택공사에도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90%의 노동자가 중앙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기에 최저임금과 세세한 노동조건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어도 노동자들의 인간적인 삶이 유지된다. 노동법 체계가 갖춰지기 전부터 노사간 합의의 전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스웨덴에는 최저임금제도가 없다’고만 하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것이다.
포탈에 스웨덴노총을 검색해보니 살트셰바덴 협약에 대한 기사가 많았다. 1940년대 공장들이 인건비가 낮은 해외로 떠나자 노사간의 합의로 임금인상 자제, 완전고용, 복지개혁을 이뤄냈던 협약이다. 국내언론들은 이 사례를 들며 ‘투쟁만 하는 민주노총’을 비난한다. 하지만 정작 작년에 주 스웨덴 한국 대사가 스웨덴노총 부위원장을 만나 “한국의 노조는 맨날 거리에서 투쟁하고 파업한다”고 했을 때, “노조할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투쟁하고 파업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라는 답이 돌아와 망신을 당했다. 사회적 합의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덴마크 청소년연합회와 스웨덴노총 외에도 여러 기관을 방문하여 시민과 함께하는 도시디자인,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환경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덴마크, 스웨덴처럼 실행하기엔 우리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 환경도 다르다. 하지만 그 나라들도 많은 도전을 겪었고, 갈등을 해결하고 통합을 이루는 정치의 역할이 있었다.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치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짧은 연수를 마쳤다.
이기중/ 관악구의회 의원(행정재경위원회)
재창간 34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