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례물청(非禮勿廳)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라.’는 이 말은 정이(程頤)라는 학자가 한 말이다. 그는 성리학(주자학)을 창시하고 완성했던 주자의 사상적 근간을 제공했다. 우리는 지구상에 살았던 그 어떤 사람들보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를 보거나 들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심지어 성경 로마서에는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토록 ‘듣는 행위’가 한 사람의 사상과 가치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정이(程頤)라는 학자는 ‘듣기와 관련된 잠언’을 통해, 왜 사람들이 진리가 아닌 소리에 현혹되는지를 밝히면서 ‘사람의 지각이 만물의 변화에 유인되어 그 올바름을 잃게 된다(知誘物化)’라고 지적했다.
유사 이래 지식과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이 시대에 낡은(?) 고전의 명언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뭘까? 우리의 눈을 현혹하는 그 모든 외형적인 것이 사실은 ‘만물의 변화’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이 배운 듯 하지만 허술하고 엉성하며,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조차 잊고 사는 현대인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절대적일 줄 알았던 과학적 진리조차 시간이 지나면 바뀌는 것을 눈뜨고 보았다.
하물며 정치적 견해와 가치라고 하는 것은 하루만에도 거짓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망한 나팔수가 되어 거리를 떠도는 분들이 너무 많다. 이제는 사람의 소리가 아니라 하늘의 소리, 성인(聖人)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리고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소크라테스의 말과 ‘자로야, 네가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알려달라.’고 했던 공자의 말을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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