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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이 광주로 간 까닭은?
(최기만의 시사칼럼)
기사입력  2019/05/27 [14:11] 최종편집   

 

▲최기만


(최기만의 시사칼럼)

황교안이 광주로 간 까닭은?

 

다분히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내가 판단하기로는 며칠 전 광주에서 있었던 5.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장에 전두환 민정당의 계승자인 자한당 황교안 대표가 불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정부에서는 제1야당 대표에게 공식 초청장을 보냈고, 민주국가에서 그도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참석 여부는 개인의 자유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자한당 대표 취임 이후 보였던 우편향성 행보나 일련의 5.18 관련 강성발언들에 미루어 틈만 나면 고소하다는 투로 상갓집을 저주하던 사람들이 그 상갓집 상석에 앉아 술을 내오라며 자리를 잡고 앉는 모양새는, 인간관계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사람의 얼굴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시정잡배의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석에서 5.18에 대한 당당한 혐오발언으로 국민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 김진태와 김순례의 징계는 미적대면서 그들을 감싸는 태도를 보인 황교안이, 망언 설거지를 하고 오라며 그토록 참석을 반대하는 5.18 기념식장에는 왜 무리하게 참석을 강행한 것일까를 생각하다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데자 뷰(Déjà Vu)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바로 노태우 정권 때 있었던 이른바 한국외대 정원식 밀가루 봉변사건이다.

 

지난 1991년 노태우는 분신사건이나 각종 시국사건으로 어수선하던 시기에 문교부 장관을 지내는 동안 전교조를 무력화시키며 학원안정이라는 정권의 목표에 기여한 정원식을 국무총리 서리로 임명한다. 당시 외대 교수였던 그는 시국 불안정으로 신변이 위험하다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며 마지막 강의를 핑계로 학생들이 모여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는 외대에 들어갔는데, 강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던 정원식에게 독재정권의 꼭두각시라며 학생들이 던진 계란과 밀가루가 날아들었다.

 

정원식 사건의 데자 뷰

 

점잖은 양복차림인 노학자의 상반신이 날계란과 밀가루로 범벅이 되어 앞을 못 보는 처참한 모습은 신속한 속보로 무한 반복되었고, 독재정권을 반대하던 국민들조차도 스승에게 모욕을 가하는 제자들의 패륜에 분노했다. 이러한 국민여론에 편승한 노태우 정부는 즉각 공안정국을 조성해 대부분의 학생회 간부들을 주사파로 몰아 대대적 검거에 나서면서 불리하게 돌아가던 시국을 반전시킬 수 있었다.

 

당시에도 정권의 자금을 받던 학원 프락치들이 배후에서 이 각본을 주도했다는 주장도 많았으나 철저한 언론통제와 정원식이 학생들에게 당했던 처참한 몰골 앞에서 어떤 변명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는 학생민주화운동의 약화로 이어지며 오히려 노태우 정권의 지지기반을 강화시켜주는 뼈아픈 실책으로 남게 되었다.

 

5.18 추모식이 열리고 있는 장소 바로 앞에서 5.18을 증오하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던 사람들의 정체가 과격 폭력양상을 유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정황과 연결된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추측이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제1야당의 대표로서 지금까지도 고통이 지속되는 광주시민들에게 지극한 위로를 표하기 위해 대승적으로 결단한 황대표가 전라도 사람들로부터 거친 대접을 받고 물병과 돌맹이가 날아들다가 급기야 주먹과 발길질을 당해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이송되는 장면은 자한당을 외면하는 민심의 마음을 단박에 돌아서게 만드는 최상의 각본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5.18 추념식장 앞에서 혐오시위를 하는 극우 시위대까지 분노한 광주시민들에게 집단 몰매를 맞는 극적인 장면까지 연출된다면 먹구름이 드리운 내년 4월 총선은 더 기다리고 말고가 없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정원식 밀가루사건의 대반전처럼 5.18을 동정하던 국민여론은 순식간에 비난여론으로 돌아서고, 내친 김에 극우보수의 역습으로 호남과 민주당 연결고리를 효과적으로 움직이며 악마화에 성공하면 총선과 차기 대선까지 함께 굴러 들어오는 최선의 각본이 한 손에 잡히는 셈이니 달마가 동쪽으로 간 궁금증이 단번에 풀리는 셈이다.

 

보수우익의 대 역습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광주를 방문한 황교안에게 광주시민단체들이 요구했던 것은 자한당 의원들의 5.18 망언에 대한 공식 사과와 함께 유야무야 넘어간 해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였다. 하지만 취임 이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한 황교안은 5.18 망언 의원들에 대해 쏟아지는 질문에 일체의 답변을 거부했다.

 

해당 문제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오히려 광주시민들이 피로 지켰던 민주주의가 문재인 정부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는 황당한 말로 광주를 모욕하고 떠났으니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그런 사람에게 어떤 대접이 어울릴까 모르겠다.

 

황교안이 광주를 방문하게 되면 당연히 항의와 봉변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이며 자한당과 황교안 또한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일부러 광주행을 강행했음은 누구나 알만한 사실이다. 황교안이 광주에서 푸대접을 받고 봉변을 당하는 모습은 자한당과 황교안을 떠받드는 묻지마 지지층들을 결속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정치적 계산을 감안해 보면 황교안의 광주 방문은 예정된 수순의 예정된 항의, 그리고 예정된 봉변인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 황교안의 광주방문에는 폭력사태 발생을 기대하는 정치적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간파한 광주시민들은 황교안 일행에게 물을 뿌리거나 그를 막아서며 항의구호를 외치는 수준에서 이성을 유지했으니 어두운 곳에 숨어 폭력사태로의 확대를 내심 기대하던 자들에게는 우익의 상징이 광주에서 푸대접을 받은 자체만으로도 잃은 것 없는 결과였던 셈이다.

 

이제는 시민의식의 변화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어느 쪽이든 폭력을 동반한 집회나 시위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게 되었음은 다행한 일이다. 비폭력은 시민의식의 성장이 이룬 평화시위의 모델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올 곳이 못 되는 자리에 온 황교안에게 보인 광주의 푸대접을 양비론으로 몰아가는 우익언론들도 40년 가까이 광주의 진실을 방해하고 재를 뿌려온 공범들이기는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자한당을 위시한 보수우익들의 함정은 지속되고 지금 같은 원내외 투쟁이나 법안처리 거부도 반복될 것이다. 그들은 이를 통해 박근혜 탄핵으로 숨죽인 보수우익들을 소리 없이 집결시켜 앞으로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 49:51의 극적인 역전승을 꿈꾸고 있다. 그들의 꿈은 현실이 될 것인가, 아니면 해체되어 생존을 모색할 것인가는 국민들이 그들의 운명을 쥐고 있다. 또한 국민인 자신이 처해질 운명도 함께 말이다.

 

재창간 3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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