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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 보험환자들
(최기만의 시사칼럼)
기사입력  2018/05/15 [15:00] 최종편집   

 

▲최기만 객원 논설위원


(
최기만의 시사칼럼)

나이롱 보험환자들

 

직장 일이 바빠 퇴근이 늦는다며 한동안 내 차를 가지고 출퇴근을 하던 딸아이에게서 어느 날 밤 전화가 걸려왔다. 받아보니 졸음운전으로 집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서있던 버스와 추돌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딸아이의 목소리에 미루어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아 다행이었지만 버스정류장으로 뛰어 나가보니 승객들이 모두 내린 빈 버스 뒤쪽으로 앞 범퍼가 파손된 내 차가 서 있었고, 어느새 사고 냄새를 맡고 달려온 견인차 몇 대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차 수리를 자기에게 맡겨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엔진룸은 밀리지 않아 수리비가 많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견인차 기사에게 차를 보내 수리를 마치고 나니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4백만 원이 넘는 처리비용이 발생했다는 설명과 함께.

바가지로 의심되는 비용 내역서를 보니 20여 명의 버스 승객 중 두 사람이 통증을 호소하며 입원하겠다고 해서 각 80만원씩에 합의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버스 후미에 약간의 손상만 입힌 추돌사고에 입원까지 하겠다며 합의금을 요구하다니 보험사기의 전형적인 수법이었지만 사기행위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무슨 수로 찾겠는가. 화는 났지만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으니 어떡하겠냐며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보험회사에 소정의 면책금을 납부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가벼운 자동차 접촉사고가 났을 때 다친 곳이 없으니 아무 걱정 말라던 피해자가 다음 날 병원에 입원해 8주 진단서를 발급받았다는 황당한 전화를 받는 건 더 이상 운전자들에겐 화젯거리가 아닐 정도로 흔한 이야기다. 이런 경우에 병원 입원을 부추기는 것은 대개 주변 사람들로, 일을 하기 싫었던 참에 병원 침대에 누워 낮잠도 실컷 자고 두둑한 보상금도 챙기려는 속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부류들에게 정직한 양심에 대해 물어보면 그것이 당신에게 무엇을 주더냐며 꽤나 근엄한 표정으로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정직과 양심이 밥 먹여 주나?

 

드루킹 댓글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국회 경내에서 단식 농성을 하던 김성태 원내대표가 남북화해를 저주하는 데 앙심을 품은 한 남자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자한당은 이 사건을 야당에 대한 정치 테러로 규정하고 국회를 전면 보이콧한 가운데 의원 10명씩 조를 짜 릴레이 단식투쟁을 벌이겠다는 등 폭행사건을 지방선거전의 호재로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근혜 탄핵사건으로 쪼개진 바른정당에 있다가 4선 가능성에 편승해 다시 자한당으로 옮겨 원내대표가 된 후 과격한 야당투사로 돌변한 김성태 의원처럼 극단적 모습을 보이는 인물도 드물다. 그가 원래부터 정치적 금도를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사람들이 신사로 오해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전통적인 수구정당의 DNA가 그의 극단적 변신을 요구했는지 정말 궁금한 일이지만 나라가 어찌 굴러가든 문재인 정부가 망해야 자한당이 산다는 각오로 모든 정쟁에 대책 없는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그의 모습을 보면 정치라는 게 저렇게까지 사람을 망가뜨리는가 싶은 마음과 함께 그 동네 유권자들이 그에게 또 표를 준다는 일은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참 몹쓸 짓이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울고 싶었던 참에 뺨을 때려준 폭행범이 한 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련만, 이 기회에 상상 가능한 모든 배후설을 증폭시켜 우익보수의 총궐기를 불러올 배후세력이 제발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에도 전혀 동력이 붙지 않는다. 괴한의 주먹을 맞고 구급대가 달려와 병원으로 실어 나른 후 목보호대를 한 차림으로 국회에 나타나 자신이 망국적 정치폭력의 피해자임을 떠벌이며 형편없는 정당지지도를 역전시키려는 그들이 꿈꾸는 사건이 하나 있으니, 지난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원유세를 하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일명 커터칼 테러사건이 그것이다.

한나라당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와 동일시하는 조중동 등 우익언론은 이 사건에 정치적 배후세력이 있다는 프레임으로 날마다 여론몰이를 했고, 얼굴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인 얼굴로 선거유세를 하는 박근혜의 모습은 연일 언론을 장식했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일제히 박근혜 대표의 쾌유를 기원한다는 자극적인 현수막을 앞세움으로써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유권자들의 측은지심을 극도로 자극했다. 다시없는 선거 호재였다.

 

어게인 2006은 없다

 

며칠 후 치러진 선거결과는 모든 경합예상지역까지 접수한 한나라당 최대의 압승으로 끝났고, 선거 당일까지 정치적 배후가 있다며 여론몰이를 하던 조중동은 개인적 사건으로 밝혀졌다며 하루 전까지 호들갑을 떨던 배후설을 스스로 일축하면서 북한의 도발기사도 함께 자취를 감췄다. 이익을 공유하는 보수언론과의 합작으로 얻은 멋진 승리의 기억이 그들의 후신인 자한당에게는 Again 2006인 셈이지만 며칠 밥까지 굶은데다 얻어맞아가며 간신히 구걸한 몇 장의 표를 자한당 당대표라는 사람의 경망스런 입놀림으로 하염없이 까먹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이제는 한심스러운 느낌마저 남아있지 않다.

민주당의 독주에 위기감을 느낀 제1야당의 몽니에 따른 원내대표의 명분 없는 단식투쟁과 민주당 배후세력의 사주임에 틀림없다며 목 보호대 차림으로 각종 언론을 장식하는 김성태 자한당 원내대표를 보면서 나는 왜 크게 흔들리지도 않은 버스에서 허리를 다쳤으니 입원하겠다며 합의금을 요구하던 나이롱 보험환자들의 모습이 겹치는 것일까? 그런 이들은 일상의 가치보다 돈 몇 푼이 더 중요한 값싼 하루를 보내고 있듯 산적한 국회현안보다 표 몇 장이 더 중요한 대국민 민폐의 시간을 죽이고 앉았다고 말하면 그것도 실례랄 것도 없는 최소한의 실례일까?

모든 정치테러는 사회질서를 해치는 악의 편이며 어떤 경우든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과거의 정치테러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불러 왔는가. 그러나 경미한 교통사고를 부풀려 합의금을 챙기려는 나이롱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단순사건을 침소봉대해 위기탈출의 수단으로 확대하고 악용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그들도 똑같은 악의 편이다.

매일같이 언론에 나오는 악인들을 보면서 사는 마음이 결코 행복할리 없는 나는 6월 13일이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가 모르겠다. 차기 총선을 생각하면 더욱 까마득해지는 이 답답증은 나 혼자만 느끼는 것일까?

최기만/ 객원 논설위원

재창간 3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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