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필의 관악소리)
도시농부의 즐거움을 아시나요?
콘크리트 숲 사이에 사는 도시인들은 흙냄새를 맡기 힘들다. 노인들은 흙냄새가 그립고 아이들은 흙냄새를 아예 모른다. 사람은 흙과 가까이 지내야 마음이 안정되고 따뜻해진다. 흙은 마음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도시인의 손에 흙을 묻히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시농업이다. 또한 가족과 함께, 이웃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소통을 하면 공동체를 회복하는 효과까지 있다. 도시 아이들은 소비만 알지 생산의 경험이 없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만 받아먹던 아이가 자기 손으로 직접 키운 농작물을 먹는다는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황홀한 경험이 된다. 농산물을 직접 가꾸면서 커가는 과정을 보면서 자연스레 생명 존중 의식까지 싹튼다. 이처럼 도시농업은 다양한 효과가 있다.
문제는 농작물을 심을 만한 땅이 별로 없다는 점. 관악구는 언뜻 보면 땅이 많은 것 같아도 쓸 만한 땅은 용도가 따로 있거나 사유지 등 제약이 많다. 이런 가운데 도시농업을 위한 땅 물색에 적극 나섰다. 우선 버려진 작은 땅을 찾아 자투리텃밭(487평)으로 만들고, 초등학교와 경로당, 어린이집, 동주민센터 등 287개소에 옥상텃밭(797평)을 조성했다.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터널 지상부를 서울대로부터 임대하여 강감찬텃밭(4,170평. 650 구좌)을 만들고, 낙성대텃밭(454평. 150 구좌)도 만들었다. 서울대 정문 건너편에는 서림동텃밭(1,060평. 200 구좌)을 조성했다.
서울대와 협력하여 세계 최초로 나노기술을 적용해 작물의 생장 상태를 실시간 확인하고 최상의 상태로 재배할 수 있는 리얼스마트팜은 관악의 자랑이다. 이곳에서 생체정보시스템을 적용해 재배한 토마토를 관악푸드마켓을 통해 독거노인 등 소외된 이웃에 전달했다. 또한 나노기술로 재배한 김장배추 모종 2만주를 1천여 명의 텃밭 참여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텃밭에서 길러낸 배추 500 포기를 기부 받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김치를 담아 부자(父子)가정 291 가구에 전달했다.
도시양봉도 인기가 높다. 관악에는 초여름이면 아카시아가 지천으로 핀다. 몇 년 전부터 양봉을 하고 어르신, 아이들과 함께 채밀행사를 한다. 직접 채밀을 하여 꿀맛을 보는 아이들의 표정은 신기하다는 듯 행복하기만 하다. 2017년에는 벌통 34개에서 350㎏의 꿀을 땄다. 소주병으로 환산하면 973병 분량이다. 벌통 하나에서 무려 30병 가까이나 많은 꿀이 나오는 데 놀랐다. 그 작은 벌들이 부지런히 모아놓은 꿀을 먹기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관악산 꿀벌의 선물’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특허청에 등록하고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일부는 판매도 한다.
2018년에는 지난 몇 년 동안 노력해온 도시농업공원의 준공을 앞두고 있다. 삼성동 삼성산아파트 옆 임야 및 무단경작지를 선정하여 서울시에 건의, 전액 시비(80억 가량) 지원을 받아 조성 중이다. 4,500평 부지에 친환경 텃밭을 비롯하여 경작체험원, 약초원, 허브원, 채종원, 농가주택과 연못, 원두막 등을 조성하고 산책로를 만들 예정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데리고 농사를 짓고 가족모임을 할 수 있는 친가족형 공간으로 설계했다. 5월에는 제1회 관악도시농업박람회를 열어 도시농업을 더욱 진흥시킬 예정. 이 모두가 미래형 친환경 녹색 생태도시 관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유종필/ 관악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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