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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천국
(최기만의 시사칼럼)
기사입력  2018/02/22 [17:06] 최종편집   

 

▲최기만 본지 객원 논설위원


(
최기만의 시사칼럼)

성범죄 천국

 

표현하기가 꽤 불편하지만, 한국은 바야흐로 성범죄 전국시대를 달리고 있다. 이 불명예스런 전국시대의 시작은 최영미의 표현처럼 그것이 괴물의 모습으로 드러난 지금보다 훨씬 이전이겠지만, 성추행에서 성폭력, 성폭행에 이르기까지 성 스캔들로부터 자유로운 분야를 찾아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범죄를 억제하는 법조계나 휴머니즘의 본질을 추구하는 문화 예술계는 물론, 인성을 제련하는 교육계나 사회계몽 의무를 지닌 언론계마저도 무수한 성 스캔들로 얼룩지고 있으니 에서부터 에 이르기까지 수치스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단 한 군데라도 남아 있을까 모르겠다.

나도 너처럼 당했다는 미투(#Me Too)와 힘내라는 위드유(#With You)SNS 해시태그로 넘쳐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리는 없다. 다만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희망의 사회라고 믿고 싶은 영서연설(郢書燕說)일 수는 있을지언정. ‘당한 너도 잘못이라는 2차 피해도 감수하며 극복하려는 피해여성들의 용기로 드러난 것만도 이럴진대, 목전에 드러난 빙산의 수면 아래 잘못된 비난과 수치심으로 잠겨있는 성범죄의 크기는 상상만 하기에도 몹시 버겁고 무겁다. ‘그 얼굴에 만져주는 것만도 고맙게 알라거나 네 책임은 없느냐고 달려드는 발정기 짐승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아연하다.

'미투 운동'은 얼마 전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라는 거물이 여배우와 회사 여직원들에게 30여 년간 성추행을 가한 사실을 배우 겸 가수인 알리사 밀라노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포함해 SNS로 알리면서 촉발됐다. 이 캠페인은 강력한 파급력을 동반하며 전 세계로 확산되었으나 한국은 성범죄 피해사실을 알리는 순간 겪어야 하는 또 다른 피해가 두려운 여성들이 용기를 내기에는 유교문화가 지배하는 사회 분위기가 순수한 공론의 장으로 조성될만한 여건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마초적 남성들의 착각

 

그러던 중 보통사람들에게는 하늘처럼 여겨지던 현직 여검사가 TV에 직접 얼굴을 드러내며 과거의 성추행 피해사실을 폭로하는 장면은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 충격의 원인은 범법자를 심판해야 할 법조계의 일원들이 오히려 이러한 범법을 즐기거나 묵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회유와 보복의 악행을 조직적으로 일삼았다는 사실에 있다. 검찰 간부들의 동료 여검사 성추행 소식에 분노를 감출 수 없는 이유도 죄를 밝혀내고 법질서를 바로 잡아야할 사법조직이 생각보다 훨씬 부패했다는 사실이며, 여검사를 성추행한 가해자들은 승승장구하고 진실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지방좌천을 시키는 자들이 검사라고 고개를 세우고 다니는 뻔뻔스러운 모습이 선량한 국민의 증오심을 극도로 자극했기 때문이다.

일부 인류학자들이 주장하기를, “남자들의 바람기는 씨앗을 널리 퍼뜨리기 위함이고, 여성들의 그것은 좋은 씨앗을 얻기 위한 인류 진화의 DNA”라고 한다. 학술적 견해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일방적 성추행을 취미생활로 여기는 요즘시대의 일부 마초적 남성들은 이러한 주장을 왜곡시켜 아예 신앙처럼 떠받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여성의 성은, 능동적이고 호전적인 남성의 성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남성권력자들이 저지르는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일생의 업적과 명예를 스스로 허물어 버리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몹시 착잡하다. 성폭력으로 구속된 현직 검사, 한국의 시성(詩聖)으로까지 불리는 시인과 연극계의 대부라는 사람도 그러니 나머지는 오죽하랴 싶기도 하다.

성범죄의 빈도는 사회 지도층이나 권력층으로 올라갈수록 심해진다. 물론 영향력이 적은 계층의 범죄는 논란의 가치가 크지 않음을 전제한다 해도 남자들의 권력의식이 성범죄를 부추기는 주된 원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신의 위치에 있었으니 말이다.

합의되지 않은 모든 성적 접촉이나 강요는 범죄행위다. 더구나 그럴만한 감정이 추호도 없는 상대와의 신체적 접촉에서 어떤 기대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이기도 하거니와, 원치 않는 상대에게 가하는 성추행이 피해자의 마음에 얼마나 크고도 긴 트라우마를 남기는가에 대한 가해개념이 거의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왜 이제 와서?’라고 묻는다면 그 역시 피해자의 오랜 눈물과 상처를 무시하는 열등한 가해자의 편이다.

 

그 버릇 개에게 주도록 해야

 

우리 사회의 지성을 공급하는 문화예술계도 불균형한 권력구조와 폐쇄적인 분위기에 눌려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게 특히 어려웠다. 몇 년 전부터 SNS를 통해 문단이나 미술계, 영화계 성폭력 등의 화두로 피해를 고발하는 움직임이 존재했지만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곧 잠잠해지곤 했다. 하지만 검찰발 미투 운동에서 촉발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성폭력 반대의 새 바람이 문화예술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막 번지기 시작한 미투 운동이 자리를 잡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 심각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법 제도 못지않게 성희롱이나 성추행, 성폭력 조장 및 이를 묵인해 온 조직문화도 발상을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권력과 지위를 무기로 부하 직원이나 사회적 약자를 함부로 희롱하고 추행하는 폭력을 관행이나 관례로 생각하는 후진적 사고는 반드시 교정되어야 할 악습이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에서 시작된 사회적 관심이 이어져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 있는 자들의 처벌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그 시작이며, 이러한 의미를 지닌 중대한 시작이 또다시 흐지부지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성폭력과 용서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한국 영화가 밀양이다. 이미 신에게 용서를 받았다고 말하는 살인자의 주장은 어느 교회에서 눈물로 신앙을 간증하던 안태근 전 검사장의 모습과 겹친다. 수많은 해석의 모순을 안고 있는 성경도 피해자와의 화해가 우선이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음을 그는 외면했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간증이다.

최근의 블록버스터 영화 신과 함께의 말미에도 그런 말이 나온다. 이승에서 용서받는 죄는 저승에서 재론하지 않는다고. 이를 뒤집어 말하면 이승에서 용서받지 못 한 죄는 저승에서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미투운동의 피해자들이 가해자들로부터 듣고 싶은 말은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금지 약속이다. 못된 손버릇을 영원히 개에게 주도록 만드는 것이 미투운동의 종착지인 이유다.

나는 오늘 여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성폭력에 상처받고 숨죽여 울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간곡한 위로의 마음을 담아 보낸다.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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