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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께럼
(최기만의 시사칼럼)
기사입력  2017/11/20 [21:37] 최종편집   

▲최기만 객원논설위원

(최기만의 시사칼럼)

이명박 전 대통령께

 

전혀 반가운 일도 아닐뿐더러, 심하게 표현하면 저녁밥 생각이 달아날 일입니다만 요즘 부쩍 언론에서 자주 뵙습니다. 청와대에 있는 동안 전직 건설업자였던 당신이 불철주야 국민과 권력 사이에 열심히 쌓아올린 담벼락(?) 덕분에 퇴임 이후 박근혜 정부 4년 동안의 세월이 생각보다 편안하게 지나간다 생각했는데, 전혀 원치 않던 일이 차례로 터져 나오니 갈수록 더해가는 곤혹스러움에 뜬눈 밤샘은 없으실까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없던 당신의 어두운 표정에 측은지심마저 생기려 하니, 이러려고 부패권력 100년을 담보할 정치공작 열심히 했나 생각하면 누구처럼 자괴감 들고 괴로우신지도 궁금하군요.

컴맹이 대부분인 노인세대와는 달리 인터넷 소통문화에 밝은 헬조선의 흙수저나 무수저 젊은이들은 앞을 다투어 SNS 해시태그로 그래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 라는 질문을 수없이 날려도, “정치보복의 시대에 국민통합이 절실하다.”는 식의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는 비루한 모습은 그래도 한 때 대통령을 지냈다는 사람의 품위이고 현실인식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정육점 칼로 소고기 부위를 가르듯 국민을 나누고 탄압했던 사람의 입에서 국민통합이라는 말이 나오다니요. 듣고 나니 그 용기가 해괴하기도, 참 뻔뻔스럽기도 하십니다.

지금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인들은 당면한 위기감을 돌파하기 위한 갖은 책략에 여념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타나는 곳이면 어김없이 동행하는 인물들은 어쩌면 하나같이 구태나 비리인물들인지 정말 신기하기도 합니다. 친구들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게 유유상종이라지만, 어울릴만한 인물들이 그렇게 없었는지 답답한 나머지 이제는 아예 한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잠 못 이루는 날들

 

며칠 전 당신이 중동으로 출국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적폐청산을 비판하는 몇 가지 소회를 밝혔더군요. 물론 예상대로 들으나마나한 소리였습니다.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으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국정원과 사이버 사령부, 기무사까지 동원해 여론을 조작해 대선에 영향을 미친 것을 단죄하는 것이 정치보복이라면, 지금의 문재인 정부나 그 다음 정부도 그런 행위를 계속해도 좋다는 뜻인지요. 그것도 분명한 증거가 있고 당신의 지시를 받았던 많은 실무자들의 법정 증언에도 불구하고 감정풀이라고 일축한다면 법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나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걸핏하면 구관조처럼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당신이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군 조직이나 정보기관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는 말도 하셨더군요.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사실이라면 안보문란에 관한 중대한 사건입니다.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처벌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국가 정보기관을 이용해 권력연장에 이용한 사람이 바로 국가안보를 걱정한다던 당신 자신이더군요. 게다가 그 사실이 국정원과 사이버 사령부의 자체 TF팀에서 조사해 스스로 발표한 것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쳤으니 무차별적이라고 비난하기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안보에 전념해야 할 국가권력기관들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고 국정원 정보원들과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권력만 유린하고 국가안보는 위태롭게 했던 당사자가 안보타령이라니 가당치도 않습니다.

당신은 군과 정보기관의 댓글을 시시콜콜 지시한 바가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왜 관련 문건이 속속 나오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시시콜콜 지시해야 일이 되는 게 아니라 실무자에게 지시하면 구체적인 일은 부하들이 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건설사 회장으로 있을 때, 아파트 현장감독을 불러 직접 작업지시를 했던가요? 더구나 김관진도 대통령인 당신의 지시를 받았다고 실토했습니다. 대통령이 그런 보고서나 받아보는 한가한 자리인줄 저는 몰랐습니다.

당신이 저지른 수많은 비리에 바쁜 법원은 사자방(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에 아직 손도 대지 못 하고 있습니다. 사대강 사업으로 국고 수십조를 낭비했고, 자원외교 한답시고 또 국고 수십 조를 날렸습니다. 방사청 비리는 또 얼마나 저질렀는지 파 보아야 하겠지요. 게다가 BBK 주가조작 사건, DAS 실소유주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MB 마피아들이 누구인지 밝혀지면 그들을 가둘 감옥을 더 지어야 할 형편입니다. 2롯데월드를 허가해 주면서 성남공항 활주로까지 변경했던 미스터리도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2롯데월드 허가 이후 갑자기 롯데그룹에 당신의 부하들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대체 롯데월드 허가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습니까?

 

당신이 가게 될 곳은?

 

앞서 지적했듯 당신은 박근혜에게 들어둔 정치보험 때문에 그동안 퇴임 후를 편안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정농단게이트로 박근혜가 탄핵되고 새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크게 긴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노무현을 가혹하게 수사해 죽음에 이르게 한 죄가 있고, 사자방 비리만 수십조란 현실과 무관치 않으니까요. 게다가 무죄로 풀려날 것 같던 원세훈이 녹취록 공개와 민간인 댓글 부대 운영이 밝혀져 유죄판결을 앞두고 있는 형편이니 잠이 오겠습니까? 원세훈의 유죄 판결은 그대로 당신에게 전이되어 윗선 수사가 불가피해집니다.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문서까지 확보했기 때문이지요.

이제 검찰수사에 속도가 붙으면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원세훈을 포함해 윗선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당신이 자신의 우군들을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국민은 다 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패거리인 자한당은 정치보복, 야당탄압 프레임으로 이명박 보호막을 치고, 일부 정치가들은 연대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뭉쳐 당신을 살리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명한 국민들이 그들의 꼼수를 미리 알고 있으니 결국 모든 각본은 실패로 돌아가고, 부패한 당신과 주변 세력들이 가게 될 곳이 어디인지 충분히 짐작하실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런 당신에게 감사할 것이 딱 한 가지 있군요. 유권자들의 모든 무지(無知)에는 피의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전 국민에게 각인시킨 당신의 공로만은 반드시 기억할 것입니다. 하지만 부탁도 있습니다. 제발 저녁 TV뉴스 시간에 당신과 자한당의 불한당들이 등장해 정치보복 타도를 외치는 소리에 밥맛을 잃고 또 저녁상을 물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가야할 곳에 가고,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창간 2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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