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다시 식민지 국가가 될 수는 없다
이토 준타로 등 일본 도쿄대 연구진이 편찬한 ‘과학사기술사 사전(1983년)’에 의하면 1400~1450년 사이(조선의 태종시대(1400~1418)와 세종시대(1418~1450))의 세계 과학기술사의 주요 업적을 국가별로 분류하면, 한국 21건, 중국 4건, 일본 0건, 동아시아 이외 전 지역(유럽, 중동 포함) 19건이었다.
이렇게 탁월한 과학, 기술의 문명국가가 허무하게도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왕과 관료가 어떤 관계인가 하는 점이 왕정국가에서도 국가 흥망의 중요한 변수였다면, 오늘 우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21세기에 변방으로 밀려나는 일이 생긴다면 영영 재기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보다 가난해지거나 궁핍해지면 그 고통을 참아내기 힘들어서 저절로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때 우리보다 엄청 잘 살았지만, 지금 헤매고 있는 필리핀이나 브라질을 보면 답이 나온다. 우리는 1950년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불과 60년 만에 세계 수출 순위 8위, 세계 국력 순위 10위를 기록했다.(2016년 현재)
가장 문명이 발달된 21세기라고 하지만, 그 어느 때 보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지배하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한때 식민 지배를 받았던 최강의 적(敵)을 앞에 두고 있다. 최근의 선거에서 다시 군사 재무장을 할 수 있는 의석수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 와중에 제 몫을 더 챙기겠다는 대기업 노조는 과연 정의로운가? 가장 안정된 대기업 노조, 공무원, 금융기관 노조들의 행태야 말로, 조선 말기 백성을 수탈하여 제 배만 채웠던 관료들과 뭐가 다를까? 정치 역시, 공적 가치와 비전, 정책을 공유하는 결사체가 아니라, ‘출마자 카르텔’ 혹은 ‘특수 상조회‘로 전락된 느낌이다. 지역연고주의는 더욱 강화되고, 조선시대 음서제도처럼 대물림이 공공연히 판치고 있다. 조금 잘 나가는가 싶더니, 견고한 댐에 균열과 구멍이 생기고 있다. 불행했던 조선 말기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지혜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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