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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파두의 이단아, 베빈다
성지인의 음악세상
기사입력  2017/07/07 [14:33] 최종편집   

 

▲ 베빈다


성지인의 음악세상

신세대 파두의 이단아, 베빈다

 

미국이나 영국의 대중음악을 일컬어 팝이라고 한다면 일본은 엔까, 프랑스는 샹송, 이탈리아는 칸소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을 가요라고 한다. 파두(Fado)라는 용어는 포르투갈의 대중가요 장르를 지칭하는 말인데,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대중가수이자 국민적 영웅으로 사랑받았던 아말리아 호드리게즈(Amalia Rodrigues.1920~1999)로 인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파두의 여왕으로 불리는 아말리아 호드리게즈 이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파디스타들이 있으니, 전통적인 파두에 충실한 노래를 들려주고 있는 Misia, 전통악기 기따라와 더불어 아코디언이나 첼로, 콘트라베이스, 신시사이저 등을 사용해 현대적인 파두로 발전시켜 나가는 Dulce Pontes, 그리고 신세대 파디스타로 각광받는 베빈다(Bevinda,1961) 등이 이러한 예술적 파두의 전통을 잇거나 발전시키고 있는 인물들이다.

 

파두는 보통 코임브라 파두와 리스본 파두 두 가지로 나뉘는데, 명문 코임브라 대학교에서 매년 열리는 파두 축제는 고품격 파두의 전통 계승을 위한 지성적이고도 귀족적 분위기지만, 바닷가 뱃사람들에 의해 불러지던 리스본 파두(알파마 파두)는 아무래도 민중적이고도 서민적인 애환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불멸의 파디스타 아말리아 호드리게즈는 서민적인 리스본 파두, 즉 알파마 파두를 노래하는 대표적 인물이었다.

 

B.C 8세기 호메로스의 대 서사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원정의 영웅 오디세이(Odysseia)가 세웠다는 전설의 도시 리스본. 어린 시절 호드리게즈가 리스본 바닷가에서 노래를 부르며 배를 수리하거나 그물을 손질하던 뱃사람들이 모두 일손을 멈추고 그녀의 노래에 혼을 빼앗겼다는 일화는 가히 전설적이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삶은 당연히 고단할 수밖에... 고기를 잡으러 배를 타고 나가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다 죽은 자를 알리는 검은 돛배에 절망하는 슬픔을 담은 파두는 포르투갈인들의 영혼에 깃든 한의 노래이기도 하다.

 

1800년대 초반쯤에 태동한 파두는 한 때 생활이 곤고한 밑바닥 인생들이나 흥얼대는 싸구려 노래로 취급받았으나 점차 세련된 노랫말과 감성적인 시어(詩語)들이 가미되면서 대중성을 확보하게 되었고, 서아프리카에서 (미래에 포르투갈 식민지가 된) 브라질로 건너간 흑인노예들의 음악과 포르투갈 음악 등 3개국의 음악이 혼합돼 항구도시 리스본 지역을 중심으로 파생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1961년 포르투갈의 소도시 푼다옹에서 출생한 베빈다는 그녀가 태어나 고작 3년을 포르투갈에서 살다가 부모를 따라 프랑스로 이주한 인물로, 60을 바라보는 나이 중에서 고작 갓 태어난 3년을 제외하고는 프랑스에서 살았으니 차라리 프랑스인이라고 보아야 정확한 말이겠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성장하고 자란 베빈다의 음악문화 환경으로 인해 그녀가 부르던 샹송에서 갑자기 방향을 돌려 부르기 시작한 파두는 종종 본고장에서 파두의 이단으로 치부되어 왔으니, 그녀가 프랑스에서 처음 데뷔했을 때 샹송으로 시작한 가수였다는 사실과 함께 파두의 정통성을 융합, 뒤섞임을 의미하는 퓨전(Fusion)이라는 시도로 손상시킨 음악행위가 포르투갈 대중음악계의 적자(嫡子)논란을 부른 한 원인으로도 작용했을 만도 하다.

 

베빈다는 10대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당대의 유명 가수 세르주 갱즈부르(Serge Gainsbourg) 등의 음악을 접하며 가수의 꿈과 경력을 키워나갔지만 그녀의 몸에 흐르고 있는 파두의 피는 그녀가 샹송을 부르는 평범한 프랑스 가수로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 샹송가수로의 꿈을 키워나갔으나 점차 라틴음악과 재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의 음악에 이방적인 크로스 오버나 퓨전요소들을 가미하면서 그녀만의 독특한 음악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을 찾고 싶었던 베빈다는 한동안 포르투갈에 머물다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대학에서 포르투갈어를 공부했으며, 파두 가수가 되기 전에는 관광가이드, 텔레마케터, 호텔리어 등의 일을 하면서 착실한 사회경험을 쌓은 그녀는 33살이 되던 1994년 파두음악이 담긴 첫 앨범을 세상에 내보냈다.

 

94년에 발표한 데뷔앨범 Fatum(운명)은 프랑스풍의 분위기에 우수어린 파두의 선율을 가미해 근사한 칼라를 연출하고 있는데, 특히 이 앨범에 실려 있는 Ter Outra Vez 20Anos(다시 20살이 된다면), 타이틀곡인 Fatum, 그리고 Fado 등은 듣는 이들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하는 유려한 바이브레이션이 실린 멜리스마 창법을 구사하는 검은 눈동자의 베빈다라는 이름을 세계시장에 널리 알렸다.

 

2년 후인 96년에는 또다시 앨범 Terra e Ar(대지와 바람)를 발표한 그녀는 파두의 전설 아말리아 호드리게즈 불후의 명곡인 Barco Negro(검은 돛배)Lagrima(눈물) 등을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감성에 맞게 발표해 새로운 퓨전 파디스타, 신세대 아말리아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그리움, 고독, 애잔함의 정서가 짙게 밴 포르투갈의 파두에 담긴 정서를 세계에 널리 알린 그녀는 Pessona em pessoas(사람들 속의 사랑)를 잇따라 히트시켜 최고의 대중적 파디스타로 떠올랐다.

 

내한공연 당시 한국팬들을 위한 마케팅 곡으로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리메크한 이젠 됐어요(Ja Esta)’를 발표해 세계시장에 소개하기도 했다. Ja Esta는 사랑했던 연인이 자신을 떠나면서 사랑도 끝났으니 이젠 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내용의 노래다.

 

포르투갈인들은 지역적이나 전통적으로 바다와 뗄 수 없는 운명의 역사 속에서 존재해 왔다. 생존을 위해 바다로 나간 남자들을 기다리는 여인들의 애타는 마음, 태풍과 싸우다 바다의 품에 안기곤 했던 비극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포르투갈인들이 한이 서린 파두를 통해 표출하는 한의 정서는 한국인들에게 있어 아리랑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검은 돛배도 풍어가 아닌 바다에서 죽은 사람이 있음을 알리는 표시였다.

 

그래서 파두 가수들이 노래를 부를 때면 검은 의상으로 무대에 서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베빈다의 내한공연 때도 그녀는 직접 술병을 들고 검은 빛의 술을 따라 관객 일부에게 돌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검은 색은 역시 고난과 죽음을 상징하며, 또한 그 앞에 숙연함을 느끼게 하는 의미이기 때문일까? 베빈다의 Maldicao(어두운 숙명)은 파두의 또 다른 전율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다시 20살이 된다면, 그때는 알지 못했고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그래서 못다 한 사랑과 또 다하지 못한 그 무엇들을 후회 없이 하게 될까? 20살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 때는 지금과 다른 현명한 선택을 하게 될까? 그래서 우리는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그런데 류시화의 시는 하필 이럴 때 떠오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그래서 나는 때때로 이 노래를 들으며 중년에 이른 누군가에게 이렇게 묻고도 싶다. 만약 당신이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지금 스무 살의 당신은 제일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되묻지 말라. 그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기에...

 

이미 그 때로 되돌아갈 수 없는 나이에 내 맘대로 상상하는 스무 살 시절은, 어쩌면 청춘의 소중함을 모르고 흘려보낸 미숙했던 그 때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풍요로울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내가 만약 다시 20살이라면 / . 신이여 당신을 사랑하고 그랬듯 / 침울해 보이는 나의 눈빛 / 그대에 대한 하늘의 기대 / 그대와 나눈 키스 / . 장미를 깨문 것처럼 / 당신을 기다린 것처럼 / 내가 살던 당시의 생에서 지평선이 사라져 버리고 / 샘물이 말라 버린다 해도 / 그대 없이는 살지 못하네 / . 이 얼마나 슬픈가 / 부끄럽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며 / 그대는 나의 꿈의 전부임을 아는 것이 / 나의 안에 있는 최고라고 했지 / . 세월이 흘러 당신의 머리에 눈이 내리고 / 또 세월이 흘러 우리의 삶이 허물어져버리고 / 만약 내가 다시 그대를 느낄 수 있다면 / 내가 다시 20살이 된다면 / 다시 당신을 사랑하기 위하여... (Ter Outra Vez 20Anos )

성지인/팝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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