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제 봉하마을 방문
오월. 청자빛 하늘의 푸르름을 바라보며, 코를 스치는 라일락 향기를 느끼는 일상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계절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그리움과 미안함으로 맞이한 8년째 오월이었다. 많은 사건들은 시간의 흐름으로 잊혀지게 마련이나, 8년 전 오월에 보낸 ‘노무현’ 만큼은 해가 거듭되면서 더욱 더 진한 그리움과 미안함으로 남아 있다. 나에게 지금까지의 오월은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슬프고 잔인한 달일 뿐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국정농단 사태가 세상에 밝혀지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느껴야 하는 혼란스러움과 자괴감은 절망 그 자체였다. 그래서인지 국민과 민주주의를 사랑했던 ‘바보 노무현’을 지켜주지 못했던 자책감이 내 삶을 짓누르는 듯했다. 절친에게서 ‘봉하마을’ 방문 제의가 들어왔을 때, 앞뒤 가리지 않고 가겠노라 결정을 하고 말았다. 그날은 나의 보물인 고2 아들 녀석의 소망이었던 콘서트를 함께 가기로 예매 완료된 모자간의 소중한 데이트 날이었다. 아들에게 두고두고 미안한 일이지만 봉하를 향한 나의 마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동안 찾아보지 못한 절절한 미안함과 남겨진 숙제를 내려놓자 하는 마음이었으리라.
20일. 함께 참여하신 분들과 낯선 곳에서 아침식사를 하면서 동질감을 느꼈다. ‘인간 노무현’을 기억하고 새기는 마음으로 동참한 분들이기에 처음 만난 인연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감싸줄 수 있는 따뜻함을 느꼈다.
봉화산의 봉수대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 이름 붙여진 ‘봉하마을’은 참으로 소박하고 정감있는 시골마을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낙향하여 소박한 농부로 살아가고자 하셨던 그 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마을 앞 농지와 화포천을 가는 길에, 줄지어 서있는 노란 바람개비가 우리 관악바보주막의 ‘좋은 바람’을 반겨주시는 듯 정겹게 돌돌돌 날리었다. 그 길에서 세상을 다 품은 듯한 표정으로 손녀와 자전거를 타시던 그 모습을 뵈는 듯 했다.
묘역 참배 때에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제 오게 되어 죄송합니다.’ 떨군 고개를 한동안 들 수 없었다. “대통령님! 나오세요~~” 하면 곧장 문을 열고 성큼성큼 나와 주실 것 같은 소박한 ‘대통령의 집’을 방문하여 그분의 흔적을 더듬고자 애썼다. 손녀딸의 낙서, 밀짚모자 등등.... 짧게나마 그분의 숨결을 느끼고 온듯하여 참으로 소중한 날로 기억하고 싶다. 그분이 꿈꿔 오셨던 새로운 대한민국! 힘차게 함께 나아가는데, 깨어있는 민주시민 1인으로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 각자 1인의 힘은 미약하나, 1인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분이 가신지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살짝 나태해져가는 오늘도 그분의 어록이 나를 깨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내년부터는 절망의 오월이 아니라, 희망의 오월로 맞이할 것이다.
관악바보주막 임유연
재창간 2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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