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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완전한가?
기사입력  2017/05/17 [16:57] 최종편집   
▲ 이일하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전문가 칼럼)

우리는 얼마나 완전한가?

 

우리는 얼마나 완전할까? 이 질문은 부연설명이 필요한 질문인 듯싶다. 얼마나 완전하냐고? 현빈이나 수지처럼 잘 생기면 완전한 건가? 승철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처럼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완전한 건가? 물론 이런 질문은 아니다. 이 질문은 우리가 유전학적으로 얼마나 완전한가라는 질문이다.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의해 2000년에 완성된 인간의 게놈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인간게놈 프로젝트 결과 인간의 게놈은 약 30억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기에는 대략 20,000개의 유전자 정보가 담겨져 있다고 밝혀졌다.

 

그러나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누구나 들여다 볼 수 있는 인간게놈은 내 게놈과 염기서열이 동일하지 않다. 내가 염기서열을 결정하라고 내 DNA를 제공한 적 없으니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게놈 염기서열은 분명 내 것과 틀릴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앵글로색슨, 아프리칸, 멕시칸, 인디안, 동양인 등 최소 다섯 부류의 인종에서 DNA를 추출해 염기서열을 결정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한 사람의 게놈 염기서열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염기서열이 혼합된 것이다.

 

나와 생김새가 다른 타인은 나와 게놈 염기서열이 틀리다. 틀리기 때문에 나는 너와 구별되는 용모 상의 특징을 가진다. 물론 일란성 쌍생아는 예외로 그들은 모든 염기서열이 완벽하게 같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 간의 게놈은 얼마나 틀릴까? 얼마나 틀려도 같은 인간이라 부르고, 얼마나 다르면 인간이 아니라 다른 동물이 되는 것일까? 참고로 인간과 침팬지 사이에는 염기서열이 약 98.7% 유사하다. 1.3%의 차이가 인간과 침팬지를 서로 다른 동물이 되게 한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는? 평균적으로 약 0.1%의 차이를 보인다. 물론 단일민족임을 주장하는 한국사람 들끼리 비교하면 조금 더 비슷할 것이고, 서로 다른 인종 간에 비교하면 조금 더 다르겠지만 인류 전체에서 평균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염기서열 정보의 0.1%1.3%의 차이 안에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생물학적 조건들이 들어있다. 이 얼마나 사소한 차이인가?

 

, 이제 원래 얘기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유전적으로 얼마나 완전할까? 2008년 네이처라는 과학 저널의 기사를 읽어보면 새로 출생하는 모든 아이들은 약 130개의 새로운 돌연변이를 가지고 출생한다고 한다. 물론 이 돌연변이의 대부분은 중성 돌연변이, 염기서열에 변화가 일어났지만 생성되는 유전자 산물, 즉 단백질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돌연변이이다. 기사에 원전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지 않아 어떤 근거로 130개의 돌연변이가 신생아에 존재한다고 추정했는지 알 길이 없다. 어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측정했겠지 생각할 따름이다.

 

이 당시만 해도 게놈 염기서열결정 비용이 지금처럼 싸지 않았을 때이니 개인별 게놈 분석을 수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여하간 이 기사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모든 인간은 게놈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유전자 중에 얼마나 많은 수의 유전자에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있을까?

 

이에 대한 기사가 2012년 사이언스라는 과학 저널에 실렸다. 이 기사에 따르면 185명의 사람에게서 DNA를 채취하여 게놈을 분석한 결과 한 개인은 평균적으로 20개의 유전자가 완전히 망가진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인간이 가진 2만개의 유전자 가운데 무려 20개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물론 평균이니까 어떤 사람은 이보다 더 많은 수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더 적은 수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질 것이다. 어쨌든 이 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인간은 유전적으로 불완전하다.

 

이 기사를 읽다보면 두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첫째는 얼마나 많은 유전자가 망가져도 인간은 멀쩡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 둘째는 그렇게 돌연변이 유전자가 많은데도 인간은 어째서 멀쩡할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올해 4월 네이처 저널에 논문으로 보고되었다. 이 논문은 사촌간의 결혼이 허용되는 사회인 파키스탄 사람들 10,500명을 대상으로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근친혼이 금지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동형접합의 돌연변이가 빠른 속도로 축적된다. 이것이 유전적으로 매우 해롭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종에서는 근친혼이 금지되고 있다. 생물학적 본능에 따른 지혜라 할 수 있다.

 

어쨌든 파키스탄인을 대상으로 한 게놈 분석의 결과는 놀라웠다. 파키스탄인들은 평균적으로 1,300개의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외견상 매우 건강한 삶을 살고 있었다. 물론 이들 중 의료 검사를 해보면 당뇨나 동맥경화 등의 질병에 대한 고위험군으로 판명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겉보기엔 너무나 멀쩡하다. 1,300개의 유전자면 인간 게놈의 무려 7%에 해당하는 유전자이다. 7% 쯤 없어도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다.

 

두 번째 의문, 그렇게 돌연변이가 많은데도 어떻게 멀쩡한가에 대한 답은 진화적 추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은 유전적 완충제(buffer)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평소에는 필요 없지만 매우 춥거나 매우 더울 때 등의 극한 환경에 필요한 유전자를 생물들은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영양이 결핍되었을 때 지나치게 영양과다일 때 등에도 필요한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들은 생명체가 환경에 보다 탄력적으로 적응하게 해준다. 이건 생물학이 우리에게 주는 경제·사회학적인 교훈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적인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항상 약간의 여유가 필요하다. 그것이 시간이건 돈이건... 그래서 잉여스러움은 사치가 아니고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

 

이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얼마나 완전한가? 내가 가진 2만개의 유전자 중 20개의 유전자가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임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우리는 정상인이라 부른다. 정상인과 장애인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왜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삶을 이상적인 복지국가로 여기는 지 생물학적 근거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나저나 2만개의 유전자가 모두 정상인 완전한 인간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존재한다면 그런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 장동건, 고소영? 왠지 서울법대 조국 교수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상상하게 된다.

 

이일하/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재창간 2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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