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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개혁 개론서가 아쉽다
기사입력  2017/03/15 [15:40] 최종편집   

 

▲김대호 소장

 (시사칼럼)

국가대개혁 개론서가 아쉽다

 

정책 공약은 국가개혁 방안이다. 사람으로 치면 중환자에 대한 진단과 처방과 같은 것이다. 요즈음 대선 후보들은 국가에 대한 대수술을 의미하는 대개혁 방안을 발표한다.

큰 수술을 주도하는 의사 한명을 양성하려면, 의과대학 6, 인턴 1, 레지던트 4년이라는 긴 교육훈련 과정을 거친다. 의과대학에서는 인체에 대한 다양한 공부를 한다. 근골격계, 순환계, 신경계, 소화계, 유전자, 세포, 물질대사 등. 아무리 의사를 욕하는 사람이라도 의사 면허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대개혁방안도 정부, 시장, 사회에 대한 대수술 방안이다. 무언가를 줄이고, 늘리고, 강제하고, 자율화하고, 없애고, 만들고 하는 것이다. 개혁하겠다는 국가는 인체 못지않게 다양한 기능과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 복잡하게, 유기적으로 얽히고설켜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렇게 복잡다단한 정부, 시장, 사회라는 유기체에 대한 기본 교양(개론)을 가르치는 곳도 없고,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대선 후보 중에 의사 면허증이 있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의과대학 6년 동안 인체의 복잡 미묘함에 대해 배웠을 것이다. 그런데 인체 못지않게 복잡 미묘한 국가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도 이럴진대, 다른 사람은 더 하다. 국가대개혁=수술 관련해서는 의과대학 공부는커녕 중·고등학교도 안나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중병을 진단하고 과감하게 수술 하겠다고 설쳐댄다. 이들에게 조언하는 사람들 중에는 어디서 주워들은 돌팔이 진단과 처방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뭘 모르는 사람은 요설에 현혹도 잘된다. 아무튼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지도 모르고, 대충 다 안다고 생각하면 도대체 가르칠 방법이 없다.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 후보들은 하나같이 격차, 불평등, 양극화, 일자리, 교육 문제 등과 관련하여 문제의 본질, 핵심, 구조를 전혀 짚어 내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교육 개혁 방안을 보자. 문제 정의라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워, 그 아래 단추에 해당하는 진단과 대안이 줄줄이 틀어진다. 한국 교육 문제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국가예산만 60조원 넘게 쓰는 공교육(···+대학)의 부실이다. 공교육 부실의 실체는 소질, 적성, 취향, 수준이 천차만별인 개인에 대한 맞춤형 교육이 너무 안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교육 외적(사회경제적) 요인이 있고, 교육 내적 요인이 있다. 교육 외적 요인의 중심에는 교육(학력, 학위, 학벌)을 근거로 한 과도한 배제·차별과 우대·특혜가 있다.

 

교육 내적 요인의 핵심은 교육 예산이 아니라 교육 규제 내지 시스템이다. 교과 과정, 교원, 학교 시설 등에 너무 많은 기득권 편향적이고 관료 편의주의적인 규제 내지 통제가 있다. 한마디로 교육의 개인 맞춤화, 학교 자율화, 교과 과정 및 교육 규제의 지방(자치)화가 안된다는 얘기다. 교육 문제의 최대 현안처럼 회자되는 과도한 사교육비, 특목고, 대학서열화, 대학입시 경쟁 문제는 기본적으로 교육 외적 요인과 경직된 진출입 구조(일단 진입=입학만 하면 중도 퇴출과 진입이 어렵다)와 공교육 부실의 파생물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중요성이 점증하는 평생·직업교육도 구조적으로 부실할 수밖에 없다. 예산부터가 전체 교육 예산의 1%에 불과하다. 평생·직업교육의 부실은 교육 정책과 예산을 운용하는 거버넌스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로 교수 출신들이 차지하는 시·도 교육감은 유···고 공교육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지자체의 주요 사무인 평생교육과 고용노동부의 주요 사무인 직업교육은 관심 밖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판의 교육 공약은 문제의 본질과 구조를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 교육의 최대 현안이 사교육비, 특목고, 대학서열화, 복잡한 대학입시, 늦은 취학과 6-3-3학제인 것처럼 간주한다. 하나같이 곁가지 잡고 삐약거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이 교육 문제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서도, 불평등, 양극화, 일자리 문제 해소 방안에서도 반복된다. 한국 사회의 핵심 현안에 대한 문제 정의, 진단, 대안이 헛다리를 짚으니 어떻게 새정치가 가능하며, 어떻게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이 만들어 질수 있겠는가?

 

지금 이 나라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국가대개혁의 핵심, 본질, 기조를 일목요연하게 서술한 개론서다. 이 개론서의 다른 이름이 바로 이념이자 강령이다. 주요 정당에는 이런 개론서들이 바이블처럼 존재하고 정당의 지도자들은 목사, 전도사, 열성 신도처럼 이를 공부하고 설파해야 한다. 이런 개론서들끼리 다투면 융합, 정련, 연마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국가대개혁의 방략의 품질도 정치 품질도 훨씬 올라갈 것이다. 대선 공약들도 훨씬 창의적으로 나올 것이다. 모든 창의는 튼튼한 기본·근본(basic)에서 나오는 법이기 때문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재창간 2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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