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둑은 구멍이 뚫려서 물이 새는데...
저수지의 물을 막고 있던 둑에 구멍이 뚫려서 물이 새는데, 아래 논에서 두 농부는 물이 새는 것이 서로 상대방 때문이라고 싸우고 있다. 동네 이장은 팔짱을 끼고 서서, 한쪽 편을 들어주면서 싸움을 말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둑이 터지면 두 농부뿐 아니라 아랫마을 논이 모두 물에 잠기고, 이장네 논도 사라질 판인데, 아직도 싸움은 진행 중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랑하는 인간도 욕심이라는 독이 스며들면, 눈이 멀고 이성은 순식간에 파충류의 수준으로 전락한다. 중국은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온갖 최첨단 무기를 갖추고 툭하면 우리 영해를 거리낌 없이 통과하면서, 사드 문제로 압박하고 있다. 저들의 눈에 우리는 과거 조공을 바치며 사대하던 속국 정도로 보이는 듯하다. 일본 역시 소녀상을 빌미로 독도에 대한 영토권을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판인데, 우리는 좌우로 갈라져서 피를 흘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사자와 호랑이가 침을 흘리며 지켜보는 가운데 자중지란하고 있는 꼴이다. 아마도 일본은 ‘조선시대에는 당파로 망하더니, 이젠 이념으로 망하는구나.’라고 손뼉 치며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그나마 지식인들조차 차기 정권에서 덕을 보겠다고 여기 저기 쓸려 다니고, 일부 원로들조차 이념 앞에서 고집불통 꼰대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 감싸고 보듬고 통합하려는 자기희생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철저하게 망(亡)하고 죽어야 교훈을 얻을 것 같다. 청나라와 일본을 앞에 두고 다투던 조선의 고위관료들과 다를 바 없는 정치인들! 그리고 그들을 선출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야 한다. 둑이 터지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재해로 전 국민이 고통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