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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대망론의 실패
최기만의 시사칼럼
기사입력  2017/02/14 [18:55] 최종편집   

 

▲ 최기만 객원 논설위원

최기만의 시사칼럼

반기문 대망론의 실패

 

귀국 후 20일을 넘기지 못하고 현실정치의 벽 앞에서 자신의 대망론을 접어버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군 근처에 가면, 지금도 반기문과 그의 업적을 칭송하는 광고판이나 현수막으로 지역 전체가 거의 도배되어 있다. 세계의 대통령, 한국의 위인, 반기문처럼 되기, 반기문 평화공원이나 마라톤대회는 물론, 당사자가 보아도 낯이 뜨겁겠다 싶은 다소 과장된 문구도 여기저기 넘쳐난다. 반 총장의 생가나 기념관 앞에서 그의 일생이 빼곡하게 채워진 연보를 읽다보면 여기가 개인숭배를 일삼는 북한 땅인가 싶은 착각도 그렇지만, 이 좁아터진 땅 안에서도 충북은 타지의 영향으로부터 고립된 지역으로 보일 정도로 반기문 홍보는 타 지역 사람들 보기에도 괜한 우상화로 연결되는 불편함도 적지 않은 터였다.

 

물론 자기 지역 출신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애향심에 미루어 타박을 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오직 동향의 후보가 난세를 구할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희망과 함께 현실정치가 요구하는 요건충족은 정비례하지 않더라는 전례를 제대로 참고했더라면 위인으로 떠받들던 반 총장의 갑작스런 중도포기에 대한 지역의 당혹감은 훨씬 덜하지 않았을까도 싶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특정인물을 밀어 큰 자리에 앉힘으로써 호가호위를 꾀하는 정계의 간신잡배들도 그렇지만, 그런 자들이 날마다 태워주는 비행기 기분에 판단력을 상실한 나머지 자신이 난세의 챔피언이라 착각해 링에 올랐다가 생각보다 큰 관중의 야유에 겁을 먹고 퇴장하는 모습도 경멸스럽기는 마찬가지다. 10년간 세계를 경영한 경험이 있다며 호기를 부리던 그가 한국 정치가 그런 줄 모르고 허약한 출사표를 던졌다는 말일까?

 

부패사건으로 얻은 일생의 행운

 

비록 몸이 부서지더라도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분골쇄신의 의지 와중에서도 적지 않은 리스크를 불러왔던 그의 대권 포기 선언 후, 목표를 잃은 대망론의 열기는 급격히 가라앉아 충북의 지자체들도 반기문 관련 홍보사업의 폐기나 축소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말도 들린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국정농단으로 인해 지지도가 식물 대통령과 동반 추락한 여권세력과 크고 작은 텐트 공사로 그를 맞아들일 준비를 하던 인물들이 권력의 단맛을 연장해줄 얼굴마담을 찾아 이합집산을 꾀하는 모양새는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최순실을 향해 염병을 하고 있다는 청소 아주머니의 심정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지난 10년간 국가연합체인 UN의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반기문의 위상을 저평가 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한국의 정치인들이 유독 제 나라에서는 이념적 논리에 근거한 끌어내리기 식 홀대를 받는 일은 이미 지겹도록 경험한 일이거니와, 그렇다고 해서 반기문을 세계를 경영하고 평화를 이룩한 한국의 위인으로 무한 칭송하고 떠받들기에는 그 스스로의 힘과 능력으로 그런 입지를 확보한 것이 거의 전무했다는 사실마저 한때 한국사회를 떠돌던 반기문 대망론에 흡수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은 반성이 좀 필요한 부분이다.

 

UN의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 자리는 일반적으로 헤비급 국가가 아닌 고만고만한 미들급 국가출신들이 맡는 것이 관례화 된 자리다. 이는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강대국 출신이 사무총장을 맡을 경우, 국가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국제사회에서 사무총장의 의도에 따라 국가이익의 무게추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예방책인 셈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특정대륙의 독식을 분산하고자 지역별로 사무총장을 배출할 수 있도록 대륙별 배정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기문이 사무총장 후보에 오르던 2006년 당시 그는 전형적인 관료출신이자 참여정부의 외무장관이었다. 전직이었던 아프리카 가나출신의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임기가 끝나가자 차기 총장은 아시아권에 기회를 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과거사 문제로 중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거부를 예상한 일본은 사무총장이 대수냐며 미리 포기하자 UN의 최대 주주격인 미국으로부터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비공식 정보가 들어왔다. 더구나 중국마저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시그널은 내심 양국의 거부권을 걱정하는 한국 정부를 한껏 고무시켰다.

 

그 즈음 노무현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의외의 인물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들어 있었다. 홍석현은 이미 오래전부터 UN 사무총장을 꿈꾸고 있음을 공공연하게 밝혀오던 인사였다. 노무현은 당시 국정을 순조롭게 이끌기 위한 언론과의 화해 차원에서 미리 홍석현을 주미대사로 보내 국제사회에 얼굴을 알리는 사전포석을 깔았고, 이 그림 속에는 홍석현을 국무총리, 혹은 차기 UN 사무총장으로 연결하려는 코드가 잠복되어 있었다. 하지만 홍석현이 주미대사로 미국에 도착하자 그의 매형인 이건희 삼성회장의 돈 심부름 과정에서 20억 증발사실과 삼성 X파일 녹취록 사건이 불거졌고, 당사자인 홍석현은 주미대사 내정 7개월 만에 대사직을 사퇴하고 곤혹스런 표정으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애써 만든 죽, 개에게 빼앗겨서야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 참여정부는 다급한 김에 외무장관 반기문을 대타로 타진했다. 어려서부터 영어 영재로 불리며 하버드대 유학생활까지 한 뼛속까지 미국통에, 대미외교에서는 투쟁성 없는 무색무취 성향의 반기문을 아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인물로 판단해 반기문을 지지하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노무현과 참여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했던 균형외교 정책이 중국까지 설득하면서 대타 반기문은 결국 UN의 수장에 올랐다. 그는 20077대 사무총장으로, 그리고 5년 후 8대 총장까지 마치고 귀국했지만, 대망론을 등에 업은 반기문의 정치적 실험은 다음을 기약하는 일시적 중단이 아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 원인은 명확한 정치적 스탠스 부재와 더불어 이미 정리가 되었어야할 구시대 기득권들의 옹립을 받고, 거기에 호의적이었다는 퇴보적 정체성에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 있었다. 지지도에만 주목해 실체 없는 대망론에 고무된 반기문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조건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시작도 하지 못한 이상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제 반기문 대망론은 낙화로 지고 대세론은 남았다. 그러나 남아있는 대세론도 요동하는 정세 속에서 거품처럼 사라지는 순간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새로운 정치적 가치 구현을 원하는 국민 각자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애써 만들어둔 전복죽을 개에게 도둑맞게 될지도 모른다. 특정 후보가 아닌 그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다음 정부에 대한 정답은 금방 나온다.

 

이미 기사 가치도 사라진 반기문 대망론의 실패를 복기하는 이유도 그의 실패를 통해 국민이 퇴행적 정치 프레임에 휩쓸리지 않고 끝까지 지탱해야 하는 정치기준을 다시금 제시하고 싶어서다.

후보의 주변은 그의 정치적 가치관을 비추는 거울이니,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특정 정치인의 주변 인사들을 보면 그가 보이는 법이다. 그러니 과거처럼 부모님을 위해 정성들여 만든 전복죽을 엉뚱한 개에게 도둑맞는 일은 이제는 제발 그만 좀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재창간 2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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