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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민주주의 공부
(안영혁의 힐링칼럼)
기사입력  2017/02/01 [14:56] 최종편집   

 

▲안영혁 목사


(안영혁의 힐링칼럼)

또 민주주의 공부

 

필자는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것이 공부의 시기라고 느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 조사가 있을 때, 전직 대통령이 모든 법체계 앞에서 어느 정도까지 싸울 수 있는지 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너무 서글프게 끝났다. 그의 서거 앞에서 그저 공부나 하겠다고 설레발을 쳤던 필자 자신을 질책도 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조문하기 위해 분향소에 갔을 때, 역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또 다시 어른은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필자 자신을 안됐다는 듯이 내려다보아야 했다. 나이가 들어도 여일하게 이런 일들에 부지런히 쫓아다니는 분들을 보며 미안하기도 하고 때로는 열등감도 느꼈다. 세월호를 슬퍼하면서도 분향소에 한 번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마도 이것이 큰 분수령이었던 것 같다. 말할 수 없이 큰 죄를 저지른 정권은 이제 웬만한 일들은 다할 수 있다는 악의 관성이 생긴 것 같았다. 201510월에 이르러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기정사실로 하고 누가 보아도 억지인 것이 환하게 보이는데도 그냥 밀어붙여서 그걸 그렇게 관철시킬 요량이었다. 얼마나 많은 교사들과 학생들과 시민들이 이것을 막기 위해 논의도 하고 시위도 하고 1인 피켓팅까지 했는지 모른다.

 

 

사실 요즘은 대통령이 없어서 행복한 느낌까지 든다. 그가 새해 벽두에 기자간담회를 열어서 잘못해 놓고는 떼쓰는 아이처럼 자기 입장을 언론에다 쏟아 놓았다. 입에다 욕설을 담고 그러고 싶지는 않다. 또 어떤 진중한 사람들이 그래도 대통령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건 왜곡이 있어도 죄가 없는 사람의 입장이니까 이해를 한다고 하지만, 하여간 그런 모습을 방송을 통해서 볼 때는 사실 진저리가 쳐진다. 신문을 뒤지다 보니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이 행위가 위법성이 여럿이라고 한 것을 보게 되었다. 그렇구나, 내가 이렇게 진저리가 쳐지는 것도 어쩌면 그의 위법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것도 민주주의의 공부라는 생각이 든다. 지지율이래야 3~4%에 불과한 자리에 온 대통령은 실제 잘못이 없다 해도 국민 앞에 그렇게 보인 것만으로도 얼굴을 들 수 없는 것이어야 하는데, 자꾸 뭔가 뻔뻔스런 변명과 국민을 향한 삿대질을 해댄다. 우리 마음에 그런 것이 느껴질 때에, 우리는 여기에 뭔가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것이 있는 것이라고 느끼는 감각적 민주주의 공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박살을 낸다거나 속이 시원하게 갚아준다거나 그런 느낌이 아니라, 여전히 담담하게 민주주의를 세워가야 할 시민으로서 이런 시기에 뭔가 똑바로 된 일이란 어떤 것일까 하고 늘 시국 앞에서 떨떠름한 느낌으로 있는 우리들에게 그래도 매우 좋은 공부꺼리 하나가 배달되었다.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116일 처음 국회에서 심의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살펴보니 지난해 7월에 이미 이 법안이 발의되어 있었고, 11월에는 국회 전체회의에 상정되었으나 새누리당의 반발로 심의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제 이 법안이 다시 심의가 된다고 하니 시원하다기보다는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인지상정으로 보자면 원래부터 너무나 자명한 것을 이 사람이 막고 저 무리가 막아서 바른 것이 세상 가운데 펼쳐질 수 없는 것을 보는 것도 피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공부다. 그러나 이번 공부는 그런 씁쓸한 것이 아니라 아주 사이다 같은 공부다. 말하자면 국정교과서 금지법이 생길 기회를 얻은 것이고, 현재의 여당들이 잘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 필자는 신학자이다. 교회의 신학사 가운데 이단들의 터무니없는 주장들로 인하여 교리를 단단히 한 역사가 무수히 많다. 이번 국정교과서 금지법을 보면서 그와 같은 감회를 갖게 된다. “, 이런 식으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만들어져 가는 거구나!”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공부는 배울 것이 많은 공부인 것 같다. 잘못된 대통령을 한 번 내보내기가 이만큼 어려우니 국민들은 참 신중하게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것도 배우고, 그래서 개헌을 해서라도 이런 것을 원천적으로 바꾸는 법을 찾기도 해야겠다는 것도 배운다. 그리고 악이 비록 무성할지라도 악을 이기는 힘이 많다는 것도 배운다. 촛불과 국회와 검찰과 특검과 그리고 헌법재판소까지도 함께 나서서 악을 물리치는 경험을 완성시킨다면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운용에서 성큼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안영혁(예본교회 목사, 총신대학교 교수)

재창간 2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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