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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괴벨스의 부활
기사입력  2016/10/21 [18:03] 최종편집   

 

▲ 최기만 객원논설위원

 

최기만의 시사칼럼

죽은 괴벨스의 부활

 

우리는 결코 그들에게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위임했다. 위임자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나치독일의 국민계몽선전부 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1897~1945)가 패전을 예견하고 남긴 말이다. 괴벨스는 이름 자체로도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대중 선동에 있어 천재적 두뇌의 소유자였다. 그는 국민 대중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정연한 논리와 현란한 입놀림으로 단번에 히틀러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나치 선전부 장관에 임명되고 나서는 언론과 문화를 장악해 게르만 민족의 무한 우월성과 전쟁의 불가피성을 합리화 하는데 누구보다 앞장서 화산 같은 열정을 불태웠다.

 

그는 단순한 영웅주의에도 쉽게 열광하는 대중심리의 단순성과 우매함을 꿰뚫고 있었고, 애국 게르만 대 반전주의 매국노를 가르는 극단적인 좌우 색깔론을 앞세워 독일 내 반전 지식인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나치의 미친 행동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일 국민들은 게르만 민족의 단결과 애국주의를 독려하는 히틀러의 웅변술과 괴벨스의 선전에 덩달아 미쳐갔고, 이러한 정치공작 뒤에는 나치 비밀경찰인 게시타포가 사냥개 역할에 충성을 다했다. 그들은 날마다 새로 하달되는 블랙리스트를 펼쳐들고 이름을 하나씩 지워가며 유태인과 반체제 인사의 불법체포, 구금 및 미행과 암살을 저질렀다. 모든 언론은 연일 과장된 승전보로 가득했고, 독일 국민들은 제2의 로마제국을 꿈꾸며 나치의 횡포에 대해 눈을 감고 외면했다. 국민여론을 이토록 손쉽게 요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도 가끔 놀란다며 동료들 앞에서 자주 낄낄거리곤 했던 괴벨스는 독일 패전 직후 자신의 가족과 함께 더 이상 더러울 수 없는 삶을 권총자살로 마감하고 만다.

 

무지한 국민들의 착각

 

괴벨스는 종종 역사의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심오한 말을 남긴 정치인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신앙처럼 떠받드는 신념 중의 하나가 이런 것이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몇 번 되풀이 하다보면 결국 모든 사람들이 그걸 믿게 된다. 따라서 분노와 증오는 대중들이 열광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그의 행적에 관계없이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정확한 분석이다. 그런데 문제는, 괴벨스와 같은 선동가들이 부추기는 대로 움직이는 대중들은, 자신들은 절대 누구의 의도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것이며, 정치적 통제와 무관하다고 여기는 개인들은 자신이 가진 순수한 정의 추구라는 신념과 판단으로 굳게 믿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정의 추구에 대한 기준과 정보의 출처는 괴벨스와 같은 정치 악질들에 의해 통제 및 가공된 극우언론들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독일 국민들은 생각하려 들지도 않았다. 그 게으른 생각에 대한 값비싼 대가는 자신의 자식들이 상대국의 자식들을 죽이고, 그런 아들은 시베리아의 혹한에서 맨몸으로 얼어 죽게 만드는 개죽음의 공로(?)를 죽음보다 깊은 슬픔으로 감당하다가 우매한 선택으로 일관했던 허접한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었다.

괴벨스가 종종 역사의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심오한 말을 남겼다는 것은 그의 사망 후 71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정권의 언론통제와 자극적 포퓰리즘에 몰려다니는 다수의 한국인들을 생각하면 예언처럼 들어맞는 때문이려니와, 정작 괴벨스의 빛나는 천재성(?)은 마지막 어록에서 유감없이 드러난다.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반박에는 수많은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이미 사람들은 선동당하고 난 다음이다.” 그런데 이 천재적 어록에 걸 맞는 또 하나의 빛나는 어록이 있다. 강원도 춘천이 지역구인 검사출신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백남기 농민의 사망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 그것이다.

 

선동정치에 놀아나는 딱한 사람들

 

투석치료도 거부한 채 병원에서 생사를 넘나들던 아버지가 숨을 거둔 그날, 그의 딸자식은 태평스럽게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 딸은 아버지가 사망한 날 발리에 있으면서 페이스북에 오늘밤 촛불을 들어주세요. 아버지를 지켜주세요라고 썼다.”는 글을 올렸다. 내가 그 기사를 읽는 순간 김진태 의원의 얼굴 위로 추악한 괴벨스의 얼굴이 합성되는 느낌은 필연이지 싶다. 게다가 자유경제원 만화에는 백씨의 딸이 비키니를 입고 리조트 썬베드에 누워 아버지를 살려내라. 개 같은 나라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장면을 띄우는가하면, 만화 속에서 호핑투어를 언급하는 식으로 백씨의 발리행을 비난했다. 이 만화는 온라인에서 널리 확산되며 국가공권력을 비판하고 있는 백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했다. 백씨의 딸은 네덜란드에 거주하며, 친척들의 행사로 잠시 다녀왔을 뿐 패륜녀라는 모든 악의적 주장들은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자료로 반박했지만, 이미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괴벨스 방식에 선동된 사람들과 극우언론들은 진실을 외면했다.

그들이 SNS에 올린 글이 겨냥하는 목표는 누가 봐도 정치선동의 전형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공권력에 의한 백남기 사망 원인을 가족의 투석거부=안락사로 유도하고, 딸을 극단적 패륜녀로 낙인찍는 프레임을 조성해 백남기 동정여론에 배신감이라는 환각제를 주입함으로써 정권에게 집중된 책임론을 희석해 지금의 위기를 모면하자는 계산을 지닌 선동의 정석이기에 그렇다.

 

지난 1991년 민주화 정국 때 김기설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로 구속되어 실형을 받은 강기훈이 무죄판결을 받는 데는 자그마치 24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으니, 정권의 명운을 건 조작사건으로 인해 민주화 추진세력이 타격을 받았던 사건을 상기해 보면 요제프 괴벨스가 얼마나 선구적 사고의 소유자였는지 경외감(?)마저 느끼게 된다.

 

국민들이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아니 우리나라를 조금 더 행복하고 정의롭게 만드는 길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머리가 조금만 더 있었던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이렇게까지 추하고 더러워지진 않았을 것 같다. 파렴치한 동물농장 아닌 상식적인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 단순한 바람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이 정말 힘들고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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