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어르신 자서전 출판기념회’ 5년째 개최
2015년 어르신 8분 자서전 제작에 참여해 8권 포함 5년 동안 42권 출판돼
“자서전 덕분에 마지막 가는 길이 의연하고 편안하셨다”
쇠약한 몸으로 자서전 쓰기에 동참하시고 책이 출판된 후 작고하신 故 유선익 어르신의 큰 딸 영희 씨가 출판기념식에 참석해 전해준 말로 참석자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며 고인을 추모했다.
故 유선익 어르신은 <대한인의 방랑과 사랑>에서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랑의 시절을 지나 가장으로서 어렵게 살아온 93년의 삶을 담았다.
관악구가 지난 1월 28일(목) 구청강당에서 자서전 제작에 참여한 어르신을 비롯해 가족, 지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5회 ‘어르신 자서전 출판 기념회’를 개최했다.
이날 유종필 구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수십 년의 삶속에서 취득한 경험과 지혜를 책으로 남겨야 지속성이 있고 확실하게 후손들에게 전수된다”며, “나의 인생 중 중요한 시기에 무슨 생각으로 어떤 결정을 했는지 겉으로 드러난 것만 알지 배우자도 자녀도 잘 모르기 때문에 책으로 인생을 정리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또한 “오늘로써 42권의 어르신 자서전이 제작되었다”며, “전국에서도 많이 알려져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하러 많이 온다”면서, “이렇게 어르신들의 자서전이 쌓이는 것은 지역사회에서도 큰 자산이 되고 지혜의 보고가 된다”고 강조했다.
관악구는 지난 2011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지역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는 ‘어르신 자서전 제작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번 ‘어르신 자서전 제작지원 사업’에는 지난해보다 평균연령이 높아 대부분 80대 이상인 어르신 8명이 참여하였고, 예년과 달리 여성 어르신이 한 명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판된 자서전 중 故유선익(남) 어르신의 <대한인(大韓人)의 방랑과 사랑>을 비롯해, 평생 근검절약해 모은 재산 30억 원을 관악구에 기부해 화제가 된 바 있는 김삼준(남,85세) 어르신의 <근검, 절약으로 가꾼 나눔의 숲>이 눈길을 모았다.
1931년 전남 장흥군에서 가난한 집 막내로 태어나 부모를 여의고, 책 대신 구두닦이 통을 들고 돈벌이에 나서야 했던 이 시대의 보통 가장으로 살아온 김용삼(남,83세) 어르신의 <나의 인생여정(人生旅程)>, ‘노인은 삶의 유산을 남겨야 할 의무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 <어느 실향민(失鄕民)의 삶>을 쓴 한광린(남,84세) 어르신의 자서전도 관심을 끌었다.
평소 사회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이종열(남,74세) 어르신의 성공담을 담은 <봄꽃처럼 아름다운 단풍으로 살고지고>와, “자서전을 쓰면서 젊을 때 원한이나 적대감으로 불편했던 관계들이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화해가 됐다”고 소감을 밝힌 박연환 (남,82세) 어르신의 <나눔과 헌신의 삶>도 주목되었다.
“삶의 가장 큰 가치는 나눔과 헌신”이라고 말하는 박연환(남,82세) 어르신의 <나눔과 헌신의 삶>, “노년에 주는 행복은 봉사하고 기쁨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라고 말하는 김을성(남,81세) 어르신의 <고난과 역경을 딛고> 등의 자서전이 출판되어 격동의 시기를 살아온 어르신들의 자서전이 한국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한편, 관악구는 어르신 자서전 제작지원만 아니라 출판된 ‘어르신 자서전’을 관내 구립도서관에 비치해 지역 주민들이 어르신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고, 어르신들이 살아온 시대상과 생활상을 조명하여 사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복열 기자
재창간 2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