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심훈의 ‘그날이 오면’의 詩의 일부이다.
일제 치하의 암흑 속에서 민족의 해방을 꿈꾸며 노래했던 심훈의 시가 생각난 것은 정치가 우리를 일제 암흑기처럼 절망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해직될까 두려워 갑질하는 고객 앞에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패기 넘쳐야 할 젊음이 이토록 처참하게 굴욕을 겪고 있는데, 억대 연봉을 받는 국회의원들이 진정으로 이들의 대변자라 할 수 있을까? 이 시대의 정치는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기는커녕 절망과 분노로 국민들을 이끌어 가고 있다.
심훈이 살던 시대에 ‘그 날’이 해방의 날이었다면 우리 시대에 ‘그 날’이란 어떤 날일까? 아마도 국민의 손에 의해 선거혁명이 일어나는 날이 아닐까? 여론조사기관들의 예측과 정치 평론가들의 예측이 다 뒤집혀 버리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기호 1번과 2번을 달기만 하면 자질과 능력에 상관없이 당선확률이 50%라는 예측이 깨어지는 날이 온다면, 광화문의 종소리도 울려 퍼지지 않을까? 아마도 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 속에 그날을 기다리는 많은 민초들의 함성이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라는 사실을 우렁차게 외칠 ‘그 날’을 기다리는 많은 민초들이 있다는 것을 정치인들이 기억해주길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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